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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in Mar 04. 2021

세상을 바꾸는 언어

오랜만에 쓰는 독후감, 저자-양정철, 2년전 글 (2019年 作)

2년전 낯선 땅에 와 처음으로 생활인으로서 삶을 시작했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전구를 갈아보고, 스스로 장을 보고, 요리를 시도하고 각종 고지서에 납부하며 그간 내가 꽤나 호사를 누리며 살아왔구나 깨닫았다.


한 번도 부족하지 않았으나 늘 더해주지 못해 미안해한 아빠와 전화한통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엄마 그리고 만나는 남자에서부터 이민까지 그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가 도와줄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하며 커가는 나를 보며 재밌어 해준 그들이 있어 다 커서도 오랫동안 철딱서니 없이 새끼처럼 굴 수 있었다.


그들이 대신 감내해 준 생활 스트레스의 덕으로 참으로 호강스럽게도 자연인으로서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 나는 무엇에 감동을 받는가 나에게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찾고 알아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마음이 튼튼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기는 것이 아까운 책을 만났다.



한국은 초단기간 민주주의를 이뤄낸 국가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일반 시민의 투쟁의 역사이다.

1987년 피를 흘리며 얻어낸 이 성취를 시발점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시대정신과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얻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이를 민주국가의 건설 과정으로 비유한다. 먼저는 깊고 넓게 패인 돌덩이를 잇고 붙여 내었다. 그리고 작은 돌덩이로 틈새를 메우고 모래를 뿌리고 기반을 다져가는 것이다. 이어, 많은 것이 이미 이루어진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과제로 언어로의 상호존중을 제시한다. 서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문화 사회를 만들어내는 근간에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따뜻하고 친절하게 보여준다.


한국을 떠나온 후 늘 미안함이 있었다.

그 어떤 발전에도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하고 먼발치서 떨어져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것이 문득문득 부끄러웠다.


처음 해보는 홀로서기에 정신없이 많이 헤매다 이제 그나마 겨우 정착하고 오랜만에 생활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토요일을 보내다가 우연히 선물처럼 만난 저자의 책이 큰 위로가 되었다. 많은 짐을 대신 지어준 큰 어른이 내주는 작은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아무런 공로 없이 누리는 이 모든 호사에 진심으로 감사할 것, 그 감사함을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갚아 나갈 것. 그리고 좋은 대한민국의 어른으로 성장 해야겠다고 작지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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