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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in Mar 11. 2021

저주같은 꿈, 아무튼 코미디를 찬양하며

(feat, 최준, 피식대학, 작가, 맥주, 도무지 정체 모를 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행위 일까?


마음이 편하고자 일찍 누워 유튜브를 켰다.

아무 생각 없이 웃기는 영상을 보며 낄낄대잠들 판이었다.


최근 난 준며들었다.

사실 뭐 준며들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는걸, 캐릭터 '최준'이 아니라 연기자 '김해준'에.


아니 도대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코로나 시국이라는 상황을 이용한 'b대면 데이트'라는 기가막힌 컨셉 위에, 완벽한 자기보기를 바탕으로 한 여자들이 극혐하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살린 미친 캐릭터, 플러스 +) 10분이상 원컷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놀라운 연기력, 크... 그 클립을 보자마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찬양하라 김해준 천재다 천재.


최준을 시발점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의 농간에 놀아나기 시작했다.

'피식대학'은 작년에 본 바 있다.

작년 매주 금요일 마다 그놈의 '부부의 세계' 때문에 혈압이 성할 날 없던 그 시절, 부부의 세계 안 본 ‘용주형 극딜’ 영상으로 만나 본 기억이 있다. 허나 딱 거기까지.


그런데 최준을 검색하고 김해준을 검색하자 피식대학 영상이 줄줄이 같이 뜨기 시작하는 게다.

하나 하나 눌러보는데
 '와 이사람들 진짜 매순간 진심이었다.'

새벽감성에 젖은 나는 와 지구 반대편에서 그들의 열정에 귀싸대기라도 맞은듯 얼얼히 침대위에 멍하니 가만히 한참동안 그저 앉아 있었다. 어제 본 미나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도대체 어떠한 빅데이터의 기반이려나?

스토킹? 최면술? 응? 도대체 뭐?


뜬금없이 화면위로 유퀴즈 영상이 튀어나왔다.  


민수님이 말하기 시작한다.

'개그맨 말고는 꿈꿔본 직업이 없어요, 개그맨을 꿈꾸지 않는 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마치 출연료가 제 성적표만 같더라고요. 그때가 충격이었죠.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꿈을 꿔야하나 생각하고 있자니 스스로를 부정당한 것 같아서 얼얼하더라고요. 자아가 생기고 난 후에 꾼 모든 꿈은 언제나 개그맨이었습니다' (무지하게 각색되었을 듯, 왜? 나는 지금 맥주를 마셨고, 더블 컨펌없이 기억에 나는대로 타이핑 중이기 때문. 아무튼 본질은 그대로리라)   


해준님이 말하기 시작한다.

'각종 알바를 전전했어요. 6년의 시간동안 개그맨 '지망생'으로 지냈어요. 남들은 시대위에 삶을 살고 있는데 나혼자 여기 남겨졌다는 생각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것 같아요. 그래도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생활을 위하여 일했던 그시간들이 가장 아까워요. 조금만 더 용기를 내고 조금만 더 빨리 이 길로 달려들 걸 싶습니다.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제가 저를 의심한 적은 없습니다. 늘 스스로를 믿었습니다.' (또한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지 않지만 뭐 어떠냐 돈받고쓰는브런치도아니고 ㅋ 확인 안할란다.)


나는 울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꿨어요. 계기도 모르겠어요. 왜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책만 읽고 살았어요. 현실에서는 나에게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 위로가 될만한 말을 찾아다녔어요. 내 마음같은 말을 만나면, 듣고싶었던 말을 드디어 발견하면, 그 문구 하나 붙잡고 세상을 견뎌냈어요. 그냥 그랬어요. 그렇다고 가정이 불행했냐같은 질문은 하지 마세요. 불효녀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상당히 모두에게 X같지 않았나요? 그 시절 한국?'


'나는 OO이 되어야하는구나'라는 감각.

몇이나 공감하는 감정일까?

참 '인정'다운 '인정'을 받을 때까지 쉬이 무시당하고 발에 채이기 쉬운 이 감각.


볼 줄 아는 안목도, 기다릴 줄 아는 인내도, 나에 대한 깊은 사랑도 없는 흔한 반도의 99.9 의 인간을 무릅쓰고굳이 맞서 싸워야하는 고된 길. 허나, 스스로조차 믿어주지 않으면 너무나 진심인 이 살아있는 감각을 죽이는 결과라 차마 나는 외면하지 못하겠어 괴로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딴에 어여쁜 구석이 있어 기회를 줘보고 싶은 이 갈등을 누가 알까. 알 사람은 알겠지.


요 며칠 엄마와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건 내가 얕게나마 쓰고있던 가면을 집어 치운 탓이리라. 나는 그렇게 정의한다.

엄마도 배려랍시고 치우지 못한 숱한 가면이 있겠지. 나에게 보이면 내가 불편해질까봐 배려로 겨우 쓴 웃는 가면이 그녀에게도 분명 있으리라.


나는 그런데 가면의 정의가 정확히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서로가 걱정되지 않게 적절히 숨기는 게 맞는건지, 알고 싶은 부분만 알면, 또 알아야만 하는 부분만 알게 하면 그걸로 족하고 속편한 건지.

그럴거면 속터놓고 싶은 날은 어떻게 해야는 것 인지. 그냥 헌팅해서 만난 남자가 내 얘기 더 잘 들어 주는듯한 느낌이라도 주니 그 싸구려 관계들로 어르고 달래며 감정이 무마되기까지 견디기만 하면 되는건지,

평생을 알고도 단전부터 차오르는 감정을 숨겨야하는 우리의 관계는 과연 무엇인지 나는 정녕 모르겠다.


복잡한 딸년이라 미안하다.

작가가 되어야하는구나 깨달아버린 그 날, 그 어린 날, 처음으로 세상밖에 내놓은 진심에

최초로 나를 부정한 주체가 당신이라 나 역시 유감이다.

뭣같아도 응원을 해주지. 차라리 가족아니라 세상에 부정당했으면, 얼싸안고 서로 눈물이라도 흘리며 욕이라도 했으면 내상은 없었을 텐데. 이건 뭐 시작도 하기전에.. ㅋㅋ  


뭐 어쩌겠노. 우리가 이렇게 생긴걸.

여기까지 와 버린걸.

나도 솔직히 잘될지 어쩔지 모른다. 자신 있냐고 물어보지 마라.

아니 도대체 내일 일을 누가 압니까 ? 여튼 솔직한게 더 좋지 않습니까? 뭐든지?

어제 미나리 봤다며. 나도 봤어.

'보이는게 덜 무서운거야 보이지 않는게 더 무서운거야'

그래서 꺼내 놓는거야. 당신도 마음대로 꺼내놓으며 부디 멋대로 살길.

도무지 괴롭다면 엄마 그냥 앱 지우고 읽지마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대로 살랍니다.


정체 모를 글을 쓰고 있는 이 새벽.

코미디를 찬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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