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하고 싶은 어느 직장인 이야기
오늘의 아무 말 대잔치
점심 식사 후 촉박한 시간에 쫓겨 커피를 사서 회사로 걸어간다.
어느 순간 느껴지는 미세먼지도 없이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밝은 햇빛.
회사로 들어가야 하는 침울한 나에 비해 날씨가 너무 밝고 화창하다.
평일에 이런 날씨인 건 뭔가 억울하다. 요즘 주말에는 항상 비가 오는데 말이다.
날씨가 맑던 비가 오던 주말에 집에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먼가 기분이란 게 그렇다.
비 오는 날씨가 좋을 때도 있지만, 맑고 화창한 날씨가 좀 더 좋긴 하다.
아무튼 어쩌다 한번 올까 말까 한 이런 날씨에 보통 출근한 사람들은 회사에 반차를 내고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서 창문을 열어 놓고 포근한 침대에서 자고 싶다.
밖에 나가서만 날씨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경기도 오산이다.
집안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날씨를 즐길 수 있다.
밖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먼저 커튼을 두드리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있는 나를 감싼다.
또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밖에서 만날 때 보다 훨씬 따뜻하고 포근하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집안을 가만히 둘러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 기분에 스르륵 잠에 빠져든다.
최고의 낮잠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나는 회사 책상에 앉아 있다. 햇살보다 쏴한 형광등 불빛이 나를 비춘다.
딱딱한 모니터를 째려본다. 상상과 다른 풍경들에 잠시 우울해진다.
하아.. 뭐 별 수 없다. 또닥또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한다. 다음에 꼭 날씨 좋을 날에 휴가 내서 마음껏 낮잠을 즐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