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과 [황정은]을 읽어봤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일기 日記》
백수린(2022),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창비 .
황정은(2021), 《일기 日記》, 창비 .
무게를 가진 사람들이 쓴 글을 좋아한다.
삶의 무게를 느끼고 견디면서 쓴 글들.
소설가가 쓴 에세이라면 분명 그러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황정은과 백수린의 에세이집을 샀다.
그들은 전염병이 창궐한 요즘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말한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익숙해지기까지 우리 모두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일들에 대해서. 황정은과 백수린이 풀어내는 글들에는 조심스러운 다정함이 배어나온다. 세상을 염려하고 생명을 귀히 여기는 사람들만이 보이는 애정과 관심이 느껴진다.
황정은이 지나치게 윤리의식에 몰두해있다는 누군가의 리뷰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에도 느꼈지만 백수린은 하릴없이 슴슴해 무력해지고는 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것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음도 이해한다. 내가 현대문학을 잘 읽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골몰하고 천착하는 문제가 곧 나의 문제이기 때문 아니던가. 나도, 황정은도, 백수린도, 우리 모두 살아생전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 아니던가.
그래서 황정은과 백수린은 그렇게 몰두하고 가라앉는 것이다. 적어도 다음 세대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노력해야 함을 알고, 각자 노력하고 있으니. 세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온갖 비참함을 따뜻하게 품어 새살이 돋게 하는 일은 온힘을 다해야만 하는 것이니.
그런 마음은 귀하고,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