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오스틴의 작품 중에서 《오만과 편견》과 《노생거 사원》을 좋아했었는데, 《설득》을 읽고 나서는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묵직하고 은근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인간의 섬세한 감정과 심리가 잘 드러나는데 어느 정도냐면 이 사람이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가 나왔나 하고 신기해질 정도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는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제인 오스틴을 만나 생명력을 갖고 살아있는 문장이 되어 내 앞에 장면을 그려낸다.
제인 오스틴은 내용을 순조롭게 이끌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방면으로 반전시키는데 거기에 개연성이 충분히 부여된다. 그 점만으로도 그는 뛰어난 작가인데,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드는 것은 역시 시대와 현실을 꿰뚫는 통찰력이다. 제인 오스틴은 시대를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회피하지 않았고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사유하고 행동으로 옮긴 작가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은 역시 23장이다. 나도 뛰는 심장을 제어하지 못해서 잠깐 책을 내려놓았을 정도다.
주변의 소리에 설득되어 흔들리는 순간과 뒤늦은 후회로 한탄하는 나날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설득되어서 사랑을 놓쳐버린 앤이 8년이 지나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