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몬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단어는 바로 모순이었다.
인간이기에 가지는 불완전함과 이기심, 변덕스러움, 그리고 그런 마음을 모른 척 하는 모습들이 그의 작품에 잘 나타나있다. 아쿠타가와의 작품에는 보편적인 관점에서라면 '추한' 인간상이 많이 그려진다(그러나 그걸 정말로 추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추하다는 것도 우리가 인간이라서 내리는 판단인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면, 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자신이 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리고 자신이 결코 이상에 다다를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이상과 현실 간의 불합치를 깨닫고 둘 사이의 간극을 절대 메울 수 없음을 알아차리는 데서 오는 고통이 무엇인지 안다. 인간은 결코 신이 될 수 없다. 평정심은 인간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가치인지도 모른다.
작품 해설에서 아쿠타가와가 결국은 자살한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고 하던데 왜 그렇게 평했는지 알 것도 같다. 초극을 꿈꿨지만 결국 초극할 수 없는 인간임을 알아버려서 그런 거겠지.
그래서 <지옥변>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인공인 요시히데가 자살을 한 이상, 그가 현실에 대한 초극을 이뤄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명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완성되는 초극은 공허하다. 어쨌거나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뤄지지 못하는 것 아닌가. <두자춘>이 와닿은 것도 그가 인간이기를 선택해서가 아니던가.
인간인 이상 괴롭더라도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리적으로도 우리는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삶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게 되었다. 아쿠타가와가 보기엔 타협일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래서 그는 자살했고 나는 삶을 선택한 거다. 나도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아쿠타가와의 선택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나는 삶을 선택했다. 그것이 그의 작품에 5점을 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