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레드벨벳의 'psycho' 가사가 모녀 관계를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가사를 살펴보니 과연 엄마와 딸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 '부서지고 끌어당기는' 사이. 모녀가 가진 특별함을 이렇게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싶었다.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도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엄마를 잃은 딸이 엄마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려낸다. 엄마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엄마로서의 하루하루들은 어떠했는지를 본다. 딸은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다시 이해의 끈을 찾아 잡는다. 딸은 평생 엄마인 엄마밖에 보지 못했지만서도, 한 여자이기도 한 엄마의 삶을 이해하려 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짧다. 얇고 가볍다. 그러나 안에 담긴 이야기는 짧지 않다. 딸인 한 여자가 엄마가 되어 딸을 낳아 길렀고, 그 딸이 다시 엄마가 되어 딸을 낳아 길러서 나에게까지 왔음을 아니 결코 짧다 할 수 없다. 우리 모두 그렇게 태어나 세상과 연결되었으니, 《한 여자》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러니 이 짧고 긴 책을 마음에 담고 읽어보기를 바란다. 내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