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장미의 이름》을 다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 고전문학으로 분류되는 책들을 출간 당시에 읽은 사람들은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궁금했었는데, 《장미의 이름》을 읽고 나니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었다.
《장미의 이름》은 추리소설의 구조를 갖추고 있어 서사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돋운다. 그리고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철저한 조사와 분석에 입각해 14세기의 유럽을 우리 앞에 선보인다.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를 다녀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한 묘사는 그 시기에 정말로 그런 수도원과 수도사들이 있었으리라는 소설적 믿음을 성공적으로 구축해낸다.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수도사 윌리엄과 아드소를 따라가며 독자는 점차 몰입한다.
그러나 이 책을 진정 위대한 책으로 만드는 건 역시 에코의 통찰력이다. 그는 독자에게 자신이 재창조한 세계를 믿게 하는 것을 넘어서, 21세기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진리는 무엇인가? 정보와 권력의 관계는 어떠한가? 믿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명작은 늘 시대를 관통한다. 과거의 인간이 마주했고 현재의 인간이 마주하고 미래의 인간이 마주할, 인간이 인간이라서 가질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고뇌를 에코는 기호학자인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제목부터 수많은 해석을 내놓는 기호이지 않나. 이 각도 저 각도로 돌려보며 제목을 해석하는 것도 이 책의 묘미이니,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장미의 이름》을 읽어봐도 좋겠다. 두 번 읽어도 좋은 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