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네 번 만에 입수 성공!
7월이면 만 다섯 살이 되는 첫째 아이. 작년부터 수영을 보내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었다. 왜냐면 우리 아이는 정말 징하게도 고집이 세서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을 수가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에는 말도 지금보다 훨씬 못해서 말도 잘 안 통했다. 여전히 사회성도 걱정된다. 유치원에 좋아하는 형아들이 있지만 아직도 같이 유의미하게 놀지는 않을 뿐더러 어린 애들한테는 더 관심이 없다.
이런 사정이라 유치원 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쌤이 음악학원이나 운동을 가르쳐 보는 건 어떠냐고 그러셔서 갑자기 용기가 샘솟았다. 수영 학원을 알아보니 곧 만 5세여서 부모님이랑 같이 들어가는 반에 들어가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했다. '에이, 될 대로 돼라'는 심정으로 해마 자격증 반을 등록했다.
대망의 첫째 날, 상태가 안 좋은 아빠를 뒤로 하고 나는 용감하게 둘째까지 대동하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나도 아이 수영 수업에 보내 보는 건 처음이라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물을 좋아하는 첫째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들어갔다가 선생님이 강제로 잠수를 시키는 바람에 혼비백산이 되었다.
"무서워! 무서워! 나갈래!!!!!!!!"
허둥지둥 나온 아이는 수영장 물에 들어가는 입구 계단에 앉아 물장구를 치고 애기들 갖고 놀라고 갖다놓은 장난감 물뿌리개와 컵으로 물놀이를 즐겼다. 둘째는 자꾸 물에 들어가려고 했고 첫째는 자꾸 안 들어간다고 했다. 두 아이에게 시달리던 나는 수업 시간이 끝나고 바로 앞에 있던 놀이터에 둘을 풀어놓고 벤치에 말 그대로 퍼져 버렸다. 도중에 나올 수는 없었다. 수업에 참여를 못해도 다른 아이들이 헤엄치는 모습이라든지 선생님이 잠깐이라도 범수를 스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을 써야 했다. 모든 것은 경험으로 쌓인다. 포기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두 번째 수업은 일찍 찾아왔다. 한 주가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뜻이다. 두 번째 수업은 더 어려웠다. 계단 바로 옆에서 얼르고 달래면서 칭찬 스티커를 주겠다고도 하고 젤리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딱 한 번 선생님이 강제로 끌고 들어갔지만 온 수영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서 물에 가슴까지 담근 건 1분 정도였다. 그래도 내가 친구들 하는 거 보라고 하니까 계단에 앉아 인어처럼 파닥거리긴 했다. 뭐 성과라면 성과겠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날 때 선생님은 다음 주에는 엄마도 같이 들어오라고 했다.
세 번째 날. 아무래도 옷 갈아입는 데가 프라이빗하지 않아서 좀 부담이 된 나는 아빠를 대동했다. 친구가 둘째는 봐 주기로 했다. 애들 아빠, 내 남편은 사실 참으로 평온한 사람이었지만 애들이 생기고 나서는 다혈질의 모습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날도 어김이 없었다. 범수가 아무리 설득을 해도 들어가지 않자, 약간의 협박과 함께 화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당근도 소용없었듯 아빠의 채찍질도 효과는 없었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계단에 앉아 인어처럼 팔딱거렸다. 엄마와 아빠는 또 다시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한 가지 진전을 보였는데 바로 수영 보조 기구인 누들을 감고 계단에서 흉내는 내었다는 것이었다. 다음번엔 옷 갈아입는 게 곤란하든 말든 그냥 내가 같이 들어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네 번째 수업날이 또 오고야 말았다. '제발 오늘은 잠깐이라도 좋으니 한 바퀴만이라도 돌아보자.'고 기도하며 아이와 함께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물에 들어가자마자 난 설득을 시작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숫자를 이용했다.
"범수, 계단 두 칸까지 내려왔네, 세 칸까지도 내려와 볼까?"
(조금 뒤에) "네 칸도 할 수 있어?"
"우와, 너무 잘했다. 앉아 봐. 일어서 봐. 별로 안 깊지?"
이런 식으로 아이는 여섯 칸까지 내려왔다. 일어서면 물이 아이의 목까지 올라왔다. 딱 한 발짝이면 바닥이었다. 내가 끌어당기면 다시 두 번째 칸으로 도망을 갔다. 그렇게 몇 차례 나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마침내 아이는 나에게 안겨 물에 들어왔다. 부모님들이 앉아 있는 쪽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내 다시 계단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선생님이 아주아주 길고 큰 보조 기구를 가져오셨다. 몸의 반이 걸쳐질 정도로 큰 기구였다. 아이는 거기에 의지해 개구리 발차기를 배웠다. 그러다 선생님이 그 보조 기구를 누들 두 개로 바꿨다. 잠깐 당황했지만 아이는 이내 적응했다. 아주 큰 진전이었다. 조금 용기가 생겼는지 잠수는 절대 안 한다고 했던 아이가 물에 머리를 두 번이나 담갔다. 다리를 첨벙이며 물에 떠 있으니 너무 신이 났는지 마침내 그는 독일어를 외쳤다.
"Ich schwimme! (나 수영하잖아.)"
매우 기뻤으나, 끝나고 나서 드는 의문점 한 가지.
아빠가 문제인 걸까, 그냥 엄마라 된 걸까.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