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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연속

4일간의 번아웃

by 팬지

7월은 정말 쉽지 않은 달이다. SPZ 병원 테스트와 진료가 4개나 잡혀 있고 에르고테라피도 시작됐고 영주권 서류도 해결해야 하고 범수 생일까지 있어서 준비할 게 이만저만이 아닌데다가 다음달에는 여름 휴가 캠핑이 잡혀 있어서 또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지붕 수납 박스를 사서 차 위에 달아봐야 하는데, 7월 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못했다.

이번주에도 역시 쉽지 않았다. 범수 언어 테스트, 생일 파티가 잡혀 있었다. 생일 파티 때는 왜 바쁘냐 하면 유치원에 케이크나 머핀을 구워가야 하고, 범수의 인생을 사진과 간단한 글로 표현한 생일 캘린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렇게 엄청난 한 주가 기다리고 있는데 난 지난 주 토요일부터 번아웃이 오고 말았다.

번아웃이 정확히 맞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몸이 평소같지 않고 계속 축 쳐졌다. 일어날 수가 없고 계속 땅으로 꺼지는 느낌에 기분까지 안 좋아져서 몸이 안 좋아서 기분이 안 좋은 건지 기분이 안 좋아서 몸이 안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일어날 때마다 약간씩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못하겠고 짜증만 났는데, 남편은 계속 발목이 아프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너무 외롭고 괴로웠다. 심지어 아주 나쁜 생각도 들었다.

아주 나쁜 생각까지 들고 나니 내가 지금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쉬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범진이랑 낮잠도 3시간 자고 저녁 차리는 것도 남편한테 맡겼다. 그냥 계속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일해야 할 때만 일어나서 움직이고 애들은 크게 신경을 안 썼다. 그렇게 헌 4일을 지나니까 조금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그러고 나니 급격히 졸음이 몰려왔다. 정상이 아닐 때는 이상하게 졸린지도 모르겠고 잠도 별로 안 왔는데 정신이 좀 돌아오니까 자꾸자꾸 졸렸다. 졸음을 겨우 쫓아내면서 폭풍 같은 한 주를 보냈다.

정말 애기들이 없는 상황이라면 누워서 하루종일 넷플릭스와 친구하고 있었을 텐데 그럼 좀 더 빨리 나아졌으려나?그것도 모르겠다 그나마 좀 애들 덕분에 움직여서 기분은 더 나아진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애들이 있어서 분명 더 힘들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힘을 내는 거 아닌가 싶다. 무엇이 나에게 더 이로운지는 모르겠다. 모든 것이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겠나?좋기만 한 것도 없지만,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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