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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mo Kim Jan 24. 2023

매일 밤,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

2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다시 쓰는 일기


과거 학창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일기"란 숙제와도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숙제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을 억지로 쥐어짜내서 해야만 하는 어쩌면 가장 하기 싫었던 숙제였을지도 모른다. 아마 초등학교 5학년 겨울 방학쯤으로 기억한다. 방학이 끝나가던 무렵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 주제였다. 일기 언제 몰아서 쓰지. 개학 하루 전에 할까 이틀 전에 할까..

그때는 다들 그렇게 하길래 뭔지도 모르고 그냥 따라서 했다. 나에게 일기란 그런 존재였다. 쓰려고 하면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결정적으로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른 채로 쓴 것 같다.


그런 시절을 보낸 나에겐 자연스럽게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정도였냐면 첫 직장 생활 연말 회식 중 회사 대표님께서 해주신 덕담을 회식하는 와중 휴대폰으로 메모하기도 했었다.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메모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항상 어딘가에 메모하고 기록하는 것을 즐겨 했다.


그런 메모, 기록을 매일 밤 자기 전 짧던지, 길던지 길이와는 상관없이 매일매일 기록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약 2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사실 첫 직장 생활할 때 블로그에 몇 번 썼던 적이 있었다.) 내가 글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내용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내면과의 대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내 자신을 내가 제일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동료, 주변 친구들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생각하며 잘 챙기면서 정작 내 자신을 돌보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 나에게 맞는 삶은 무엇이며 어떤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며 언제 휴식이 필요한지 짧은 일기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고 있다.


2.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의 기록

인생은 한 번뿐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한 번 사는 인생 사는 동안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 베풀고 싶은 것들을 아낌없이 하려는 편이다. 그러한 일상들은 사실 기록해두지 않으면 증발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런 일상들을 나의 방식대로 글로 정리하여 기록해 보고 싶었다.


3. 전원 OFF

하루 24시간 중 과연 머리를 비우고 온전히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은 언제나 가득 차 있다. 단 몇 분이라도 전원을 끄고 내 자신과의 시간을 갖고자 하였다. 일기를 써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일기를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기 쓰는 걸 일처럼 느끼는 순간 목적 없이 그냥 써버리게 된다. 어렵지만 그런 상황을 피하고 단 한 줄이라도 머릿속을 비우고 내가 느꼈던 것들을 기록하려고 하고 있다.



느리지만 꾸준히 하루 하루 한 줄씩 써 내려가다 보면 그런 글들이 내 자신을 위로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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