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울컥했을 때 떠오른 시
눈물의 이중성
하늘에서 흘러내린 비는
땅에서도 흘러내립니다
액체는 담길 곳이 없으면
머무를 수 없는 존재
누군가 담아주지 않으면
정착지 없는 떠돌이 삶
떠나기에 급급한 존재
그렇지만 눈은
땅에 닿자마자 가라앉습니다
운 나쁘게 먼저 떨어진 것들은
맨 바닥에 그대로 골인
동족을 위한 희생
녹아 없어진 것들 위로 쌓이고 쌓여
머무르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액체와 고체의 차이
어는 점을 넘어선 결정으로 이루어진 고체 상태
빙결
그러니 과학자들은 지금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논할 때가 아닙니다
슈뢰딩거 고양이는 저도 한 마리 키우거든요
우리 어디 한 번
눈물의 이중성을 논해볼까요
인간의 눈물은
액체인가요 고체인가요
눈물은 흘러내리는 것
눈-코-입을 지나 턱 아래로 강하
낭떠러지 하나쯤은 다들 얼굴에 갖고 살잖아요
히말라야 등반가의 눈물도
지구 아래로 흐릅니다
중력이 있는 한 역행 불가
비가역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존재
훌훌 털고 일어날 근원지
그러니 눈물은 액체입니다
아니요 눈물은 고체입니다
흘러내린 순간 모든 곳에 머물러요
눈-코-입-턱 그리고
심장
가라앉은 침전물을 보세요
대동맥 펌프질 한 번이면 온 몸에 쌓여요
순환과 연결
녹아 없어진 것들 위로
결빙 빙결 결빙 빙결
얼어붙은 눈물을
오늘의 우리가 기억해요
역사에 기록되거든요
자, 인간의 눈(雪)물은
액체인가요 고체인가요
양자역학 이후 최대 난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