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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소이 Apr 03. 2023

여름과 슬픔과 매미들

마음이 찌르르 아파서 쓴 시


여름과 슬픔과 매미들


여름의 마그마 속에서 광분하는 매미들

매미들이 나란히 나무 위에 매달려 있다

나는 매미의 둔갑술에 대해 고뇌한 것이다


건조하고 퍼석한 몸뚱아리

나무 같은 매미

매미 같은 나무

딱딱한 몸뚱아리로 울부짖는 나무들

들끓는 온도에 수분을 빼앗겨

울음소리만 남았더랬다


매미의 계절이 지나고

낙엽이 지고 눈발이 흩날릴 때

나는 또다시 매미들을 목격한 것이다


거리 위를 걷는 수십 마리의 매미들

뙤약볕 아래에만 태어날 줄 알았던 것들이

저마다 살 곳을 찾아 사람들 위로 매달려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

모든 것에 절망한 사람들

갈 곳 없는 외로운 사람들

그런 감정을 먹이 삼아

알을 까고 꿈틀거리고 허물을 벗어

뜨거운 감정이 왈칵 솟구칠 때마다

찌르르 찌르르

대신 부르짖고 있었더랬다


어떤 슬픔은 발설되지 못한 채

속으로 삼켜내야만 하는 슬픔이라서

눈물도 소리도 남아있지 않다고


울다가 나무가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을 위해 대신 울어주는 매미들

슬픔과 더위를 맞바꾼 요상한 계절

나는 매미의 둔갑술에 대해 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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