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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소이 Apr 06. 2023

면목

사회 지면 기사를 본 후 쓴 시 (코로나블루)

면목 


숙이는 게 익숙해진 삶

회색의 아스팔트가 매일의 풍경이었을 것이다

시커멓게 찍힌 발자국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가늠했을 것이다  


뱃속에서 가장 먼저 꺼내어진 목

목은 고동소리를 내뱉으며

태초의 탄생을 알렸더랬다

기쁨은 잠시뿐


더 이상 울음소리 용납 않는 세상 앞에    

목은 자존심을 굽히며 몇 번이고 숙여졌을 것이다

‘면목 없습니다’

떨리는 목울대를 감추려

머나먼 땅 밑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고개를 숙일 때마다 깊어진 주름

흔적을 감추려 목을 매었던 것일까  

혹은,

높은 곳에 올라가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일지도


자물쇠를 걸어 잠가

울음소리 새어나가지 않도록 서서히 삼켜낸 죽음

돛이 부러진 범선처럼

역풍을 거스르지 못하고

고스란히 풍파를 맞이했을 것이다


기어코 목은 숙여졌다

(일동 묵념)

고개 숙인 조문객 앞에

마지막 면목은 챙겼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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