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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가정-아들셋]
제6편. 출근길에 만난 母子

2016. 9. 7. 백로-자꾸만 어긋나게 되는 만남

by 김현이

아침밥상에 앉은 정우가 시선을 먼곳에 두며 눈쌀을 찌푸리면서,


"엄마, 잘 안 보여 !! " 하길래

"왜?? 눈이 안보여? 살살 비벼봐~"

"아니 그게 아니라 바깥이 잘 안보여!" 한다


일기예보에서 오늘은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이지만 여전한 한낮의 무더위와 미세먼지지수가 높다고 예보했는데 이런 날씨는 빗나가 주길 바란 마음도 서운하게 여지없이 들어 맞는다. 정우의 몸이 자란 만큼 아이의 인격도 함께 성장하는 것인데 나는 내 아이를 얼만큼이나 존중해주고 이해하는지 아이의 말 한마디에 벽에 부딪히게 된다.


' 엄마, 우리는 아이라서 잘 모르니까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설명을 해 줘야지...'


아이들을 깨우기전에 정우, 선우에게 짧막한 편지를 썼다. 아직 글을 모르는 선우한테는 그 편지라는 종이 자체가 주는 의미 - 엄마가 주신 종이, 비록 엄마와 떨어져 있는 하루지만 마치 엄마가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로도 충분한 전달이 있겠다는 생각과 정우한테는 지난밤 피곤한 몸으로 목이 쉴 때까지 서로를 괴롭히며 이야기했던 것에 대한 엄마의 속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정우한테 사과하고 노력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고맙고 미안하다고도 내 작은 마음도 전했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 아파트 단지 옆길에는 항상 키가 엄마만한 까까머리 남자애가 엄마와 팔짱을 끼고 걸어간다. 한눈에 보아도, 누가 보아도 그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다. 몸은 이미 엄마과 같이 커버렸는데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와 같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얼굴표정으로 엄마에게 온통 몸과 마음을 의지한 채 해 맑은 얼굴을 하고 있다. 또 그 아이의 엄마는 나보다 연배가 높아 보이지만 나에게는 부족한 어떤 편안함이 여려있다. 매일 1,2초간의 짧은 스침이지만 출근길에 만나는 수수한 차림의 그 모자는 나를 내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아들셋을 마치 내가 어떤 대단한 큰 희생이라도 하듯 나의 모든 행동들을 합리화시키는 구실로 삼아왔던건 아니었는지 또 다시 그동안의 나의 모든 면을 깊이 반성하게 된다.


나도 따뜻하고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다. 소중한 내 아이들이 따뜻하고 지혜롭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내 바램은 내가 아이들에게 꼭 그런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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