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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가정-아들셋]
제8편. 식은 국 한 그릇

2016. 10월 마지막 날에, 날 울린 큰 아이! 정 우 야~!

by 김현이

다 차려내 놓은 저녁 밥상 앞에 앉은 정우가 평소와는 다르게 숟가락도 들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나는 선우와 단우를 챙기느라 미처 몰랐다가 정우에게 왜 밥을 안먹느냐며 말하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 두 눈이 빨개져 울먹이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느냐며 물어 보았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게 아니라며 이제는 아예 엉엉 소리까지 내며 이유를 묻지 말라고 했다. 정우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로서는 답답함이 더 커지면서 아이를 더 재촉하게 되었다.


"정우야!, 엄마한테 말을 해줘야 엄마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얼른 얘기해봐..

선생님한테 혼났니?"


그러자, 정우는 '다 울면 말할게' 하고는 조금씩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항상 저녁시간에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하다못해 점심시간에 반찬이 뭐가 나왔었는지 물어보고 아이와 대화를 터왔던 내게는 갑작스레 우는 정우한테 큰 일이 아니기를 바라며 아이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자 정우가 "다 울면 이야기할게" 하는 것이다.


시간이 5분 정도 지났을까, 그 사이 둘째와 막내의 밥을 반 정도 먹인 상태였을때, 정우가 내게 했던 말은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었다. 온종일 엄마가 아플까봐 걱정을 했다며 아침에도 말을 안 듣고 가서 자기 때문에 엄마가 더 아팠을까봐 걱정이 되었었고 밥상앞에서 엄마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나왔다는 거다.


'아~! 정우야!

세상에 너 같은 꼬마가 어디 있다니.....'


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아이앞에서 약한 엄마의 모습을 보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정우가 엄마 걱정을 이렇게 많이 해 주는 지 몰랐는데 엄마 지금 너무 기쁘고 행복해. 정우야 고마워" 이야기 해주고 얼른 밥 먹자고 말을 이었다.


사실 최근 일주일 가까이 뜻모를 현기증과 울렁증으로 입버릇처럼 어지럽다는 말을 해왔었다. 아이가 나의 그런 혼잣말도 그냥 흘려 듣지 않고서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겹치면서 또 한번 지나온 내 행동들을 살펴보았었다. 볶음 고기를 밥 숟가락에 얹어주며 "많이 먹어 정우야, 우리 정우밖에 없구나, 엄마한테는 정우가 최고야, 이젠 하나도 안아파" 말도 해주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큰거 먹어, 나는 작은 거 먹어도 돼" 하면서 자꾸만 나를 챙겨주었다. 그러자 작은아이도 "나도 온종일 엄마 안아프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 하고 아주 천진난만한 얼굴로 거들었다. 막내 단우는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 듯 그저 존재 자제만으로도 사랑스러운데 이런 보물들과 얼굴 마주하고 먹는 저녁밥이 비록 다 식은 찬에 국이었더라고 얼마나 내 마음 벅차게 해 주었었는지 딱 맞는 표현이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한 없이 부족하고 더 챙겨주지 못해 언제나 안타까운 엄마인데 내가 아이들을 여기는 마음과는 잴 수도 없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사는 엄마였구나하는 마음에 다시한번 고민하는 시간이었고 잠들기전 꼭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 인사해주는 아이들을 두고서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불평을 해 왔는지 정말 한없이 한없이 내 자신을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우야, 선우야, 단우야!

너희들이 있어서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다.

엄마의 아이들로 태어나서 엄마에게로 와줘서 정말고맙다. 사랑한다. 엄마 아들들~!

IMG_0256.JPG 7살 독서골든벨에서 최후의 1인이었던 큰 아들, 정우
IMG_0454.JPG 싱싱카 마스터한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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