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월을 하루남긴 깊은 밤중에
며칠전 큰아이 정우가 밥상머리 앞에서 뜬금없는 질문을 해 왔다.
" 엄마! 진짜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거야?"
" 응 , 당연하지. 정우는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한데?"
" 아니, 엄마아빠가 준대 애들이.. 친구들이 그랬어."
나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한 채 잠시 적당한 대답을 찾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둘째아이 선우가 이런 말을 했다.
" 그거는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바쁘니까 엄마한테 대신 선물을 전해주라고 해서 그렇게 된거야."
" 선우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 맞아 그런거야"
" 이 세상에는 아이들이 엄청 많으니까 산타할아버지가 혼자서 그 많은 선물을 다 못전해 주니까 그런거야."
선우의 명쾌한 답변으로 그 애매한 대화는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오늘 퇴근길에 아이들과의 대화 주제는 또 이번 크리스마스때 과연 무슨 선물을 받을 까 하는 것과 캐롤 가사처럼 우는 애들은 선물을 못받는 다는 것과 비슷한 주제로 관심이 돌아갔다. 성탄절은 그 본연의 탄생 의미보다는 12월 끝자락에서 또 한해가 저물었음을 알려주는게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정우가 크리스마스까지 얼마나 남았느냐고 재촉하여 물어 나는 아직 한달, 30번 밤을 지나야 한다며 바쁜 상황을 그렇게 일축시켜버렸다.
벌써 자정이 훌쩍 지나버린 이 시간 , 세아이의 숨소리와 아이들의 흐릿한 젖비린내로 가득 채워진 방안에서 막내 아기 궁둥이 몇 번 토닥이면서 난 여전히 쉽게 잠들지를 못한다. 어떤날은 새벽동 빛이 창문의 유리 한장을 맞두고 어둠과 필사적으로 밀어내기로 겨루는 시간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이 허다하다. 그러다 빛줄기가 어둠을 삼켜버린 후에야 마치 어두운 암흑속에 내 영혼이 빨려들어간 듯이 잠이 들곤했다.
나는 여러면에서 남들보다 갖출건 다 가지고 있는 여자인 것처럼 보이면서 또 더 무엇을 가대하는건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항상 실망을 반복하면서 또한 계속되는 다짐이 번복되는 것을 지켜 보면서도 대체 무엇을 더 기대하고 있는것일까. 자괴감이 주는 괴로움은 극심한 몸살이 되어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지금 이 순간, 차라리 나는 한달뒤의 성탄절을 간절히 기다리는 꼬마로, 가난한 오두막 내 고향집 연탄구들장 뜨끈한 방바닥을 마냥 뒹굴며 잠을 자던 코흘리게 어린이이로 되돌아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