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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가정-아들셋]
제3편. 내 나이 서른 일곱

희생이라기보다는 양보라는 말이 더 위안돼

by 김현이



서둘러 저녁을 먹이고 큰 아이부터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라고 부축인다. 이쯤되면 정우도 엄마의 목소리 톤을 살피고 분위기를 파악한건지 옷을 재빠르게 벗고 이미 반쯤 채워진 욕조로 들어가 칫솔에 지그재그 모양의 치약을 잔뜩칠하고 있다. 능숙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다시 닦아줘야 한다. 정우에게 양치연습을 시키는 것처럼 여길수도 있지만 이건 그사이 엄마가 다른 일을 할 시간을 벌려는 목적이 더 크다.


다음으로 아직 옷 벗는 일도 도와주어야 하는 둘째아이의 몸을 욕조에 담가주고 치솔에 치약을 묻혀준다. 형을 보고 흉내는 내지만 양치보다는 치약 거품내는게 더 좋은 나이보다 아직은 몸이 더 어린 선우는 4살이다.
그 다음 엄마는 셋째아이를 업고 바쁘게 설거지 치우고 어지러진 집안도 정리하고 목욕물을 따로 받아 막내 단우를 씻긴다. 목욕물이 평소보다 더운날은 몸이 더 나른해지는건지 큰아이 작은아이 씻기는 동안 막내가 우는시간을 조금더 아낄 수가 있다. 이제 막 백일을 지난 아기에게는 채 10분이 안되는 시간도 오르골 모빌만으로는 견뎌내기 어렵다는걸 아는 엄마는 마음이 가장 조급해지는 때다. 아이들 목욕이 다 끝이나면 조금의 긴장이 늦춰지지만 여유를 찾으려면 세아이 모두가 잠이 들어야 한다. 그마저도 칭얼대는 아이들을 돌아가며 자장자장 토닥이다보면 잠시 생각에 빠질 틈도 없이 또 다시 새벽이 밝아있다. 아이들 아빠가 야간 근무이거나 늦은 시간 들어오는 날은 항상 이런 순서로 진행되는게 엄마와 아이들의 저녁 패턴이다.

오늘저녁에 큰아이가 욕조안에서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서는
"엄마! 부자는 나쁜거야?"
뜬금없는 질문믈 하고선 내가 질문의 이유를 묻자,
"으응 밤에 돈 걱정을 하느라 잠을 못자니까 안좋은거지"
물론 아이의 말대로 맞장구를 쳐줄수도 있었지만 순간 정우에게 돈의 긍정적인 면을 알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스쳐,
"그럴수도 있지. 근데 정우야 돈은 좋은거야 정우가 할 수있는것도 많아지고 맛있는것도 많이 사먹을수가 있고 재미있는 데도 다닐수 있어"
그러니까 정우는 갑자기
"그럼나는 경찰될거야 그래서 당직많이 할거야"
"나쁜괴물도 잡고 도둑도 잡을거야"
순간 나는 정우에게 당직하면 돈을 버는거라고 말한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아빠가 당직한다고 안들어오시는 날을 돈을 버실려고 못들어 오신다고 알고 있다는걸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선우에게
"그럼 내가 또봇 사줄게"이러는거다.
멋도 모르는 선우는 까르르 웃으며,
"나 형아 좋아"

오늘 애기 아빠 함께 근무했던 분이 잘못돼셨다는 연락을 받고 조문을 다녀와서 하룻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혼란스럽고 심란했으리라 짐작했다. 나는 요즘 내가 나이들었음을 느낀다면 서툰 답장을 보냈다.

사실이다. 내 나이가 이제는 서른 중반을 넘어서 어느덧 마흔을 가까이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걸까 정우를 낳았을때와는 달리 단우를 낳고나서는 조금의 마음의 변화가 생긴것 같다. 불과 몇달전까지만해도 내 맘속에 차지하고 있던 어서 서둘러 잘살아야지 하는게 욕심이고 조급함이였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아이가 하나일때보다는 지금이 더 여러면으로 여유롭지 못한게 사실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더 느긋해진 내모습을 보고 있다. 잠시 일을 미루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아이와 함께 보고 배우고 성장하며 좀더 내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보다 몇배더 많은 배움과 감동으로 나를 채우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억지로의 노력으로 얻어진 그런 채움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랄까..

아주아주 오랜만에 일기를 쓴 기분이다. 아까 잠깐의 정우와의 대화를 기록해 두고 싶단 생각과 심란한 아이아빠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에 다시 읽기도 부담스러운 장황한 글이 되어버렸지만 잠시동안 내 생각을 정리하고 뒤돌아볼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시간들이 더 힘이 들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충분히 기쁜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감당한다면 내일이 오늘보다 더 기대되는 날들의 연속이 되지 않을까..

아~~
자장셔틀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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