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생활은 어떤가요?

by 혀비

‘학원’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대형 강의실 안에 작은 책상을 두고 밀집된 공간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원은 1:1 과외식 학원이라서 강의실 안에 책상 1개만 있는 구조이다. 그 책상에서 학생과 서로 마주 보고 수업 진도를 나가고 있다. 그래서 학생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학생이 모르는 부분을 조금 더 깊이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업은 55분을 1타임으로 평일은 보통 5타임, 일요일은 9타임씩 진행하고 있다. 평일 출근은 3시에 시작해서 2시간 정도 행정 및 담임 업무를 보고 5시간 수업을 한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10시 정도가 되고 마감과 정리를 하고 퇴근한다. 주말은 학원이 가장 바쁜 시간이라 그만큼 수업 시수도 많다. 일요일은 오전 9시에 출근해서 9시간 출근, 1시간 점심 식사, 2시간 행정 및 담임 업무로 12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한테 이렇게 말하면 일요일 일정이 살인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숫자만 보면 살인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느덧 8년 차로 지내다 보니 그다지 살인적이지는 않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수업 특성상 매시간 학생과 수업 내용이 바뀌다 보니 머리는 힘들지 않다. 다만 목은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하는 거 같다. 마지막 수업을 할 때는 목이 자동으로 허스키해진다. 그때 코인 노래방을 가면 RNB 장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8년째 하고 있다.

MBTI를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J가 100%인 만큼 보통 학원 도착은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가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방법이랄까. 물론 직책이 올라가면서 해야 할 일도 많긴 하지만 일찍 가면 여유도 있고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개인적으로 남에게 시간에 늦어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이는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게 확실하다. 엄마는 초등학교 때부터 7시에 나를 깨워서 학교로 보내버렸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아무도 없는 적막한 교실 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몸소 느끼곤 했다. 이렇게 지내면서 일찍 다니는 것만으로도 나의 장점이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누가 보면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나도 간혹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 짧은 삶을 통틀어 터득한 나름의 지혜이기에 꾸준히 실천하고자 한다.

이번에 코레일 파업의 여파로 수인분당선 배차 간격이 30분이 넘어갔었다. 승강장에서 사람들은 전화를 하면서 늦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바빴고 미안하거나 죄송하다는 말이 자주 들렸다. 하지만 일찍 출발한 덕분에 발을 동동거리지 않고 아쉬운 소리 없이 3시쯤 정상 출근을 했다. 신기하게 1년에 이런 일이 2~3번씩 일어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날을 위해 내가 일찍 다녔지’라고 생각하며 웃곤 한다.

3시에 출근해서 10시 퇴근을 하니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다루려 한다. 8년 동안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직업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어느 직업이든 부러운 점이 보이고 희극이라고 느낀다. 내 직업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어느 직업이든 매일 치열하고 힘든 점과 어려운 점이 더 많은 비극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엔 직업은 직업이라고 선을 긋고 마음을 편히 가지려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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