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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피 Sep 12. 2023

'이' 청소 봉사

내 마음 청소 봉사

그로드 간지에는 티베트 아이들이 다니는 TCV 학교가 있다. 나는 가끔 축구봉사를 하는 잠난을 따라 학교에 놀러 갔다. 티베트 아이들은 늘 두 볼이 튼 것처럼 발그레한데 만화캐릭터 같고 귀엽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로 튼 것이다. 찬바람이 점점 불어서인지 내가 볼을 만지니 아파하기까지 한다.  

    

“송, 송은 머리 안 간지러워?”

“나는 안 간지러운데.”

    

나를 유독 잘 따르던 ‘티셰’라는 꼬마는 늘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잠난이 축구 교실을 하는 동안 나머지 아이들과 공기놀이를 주로 했는데 어느 날은 티셰가 나무 막대기로 머리를 긁고 있다.

 

“티셰! 그러면 머리에 상처나.”


나뭇가지를 뺏으며 티셰의 머리상태를 보려고 머리카락을 들추는 순간, 너무 놀라 얼어버렸다.

‘방금 지나간 게 뭐지?’

반대쪽을 한번 더 들춰보니 티셰의 하얀 두피 위로 작은 벌레들이 빛을 피해 숨기 바쁘다. 담임선생님께 가서 상황을 물으니 아이들이 머리에 '이'가 많다고 한다. 없애려고 여러 시도를 해 보아도 쉽게 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저번에 티셰가 머리 안 가렵냐고 물어봤던 순간이 떠오르며 별생각 없이 넘겼던 것이 미안했다.

‘얼마나 가렵고 힘들었을까.’



집에 돌아오며 잠난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더니 다람살라로 당장 '이' 약을 사러 가잖다. 간 김에 아이들 발라줄 로션도 좀 사 와야겠다. '이'약은 내 이틀 치 식비정도 되는 값으로 꽤나 비쌌다. 머뭇거리는 찰나 뇌리에 티셰머리 속 바글거리던 '이'가 스치며 분노 비슷한 게 올라왔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굶기야 하겠어?' 결제를 해버렸다. 그날 밤 '이'를 박멸할 일에 설레었는지 벌레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용사가 된 꿈을 꾸며 선 잠을 잤다. 다음날 우리는 학교에 이야기를 하고 본격 ‘이 청소 봉사’를 시작했다. 내가 머리에 약을 발라주면 잠난에게 가서 30분 공을 찬 후 다시 와서 머리를 감는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날 우리는 많은 수의 벌레들을 보았다. 아이들도 신기한지 자신의 머리에서 무더기로 나오는 '이' 시체들을 한참이나 보고 있다. 나는 아이들의 젖은 얼굴에 로션을 듬뿍 발라주었다. 발라준 로션을 서로에게 묻히며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아이들 케어에 힘은 들었지만 속이 다 시원하다. 그날 밤, 누가 방문을 두드려 열어보니, 잠난과 어느 여인이 서있다.

 

“티셰어머니인데, 송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모시고 왔어.”

“아? 들어오세요.”

“아니에요, 빵을 좀 드리러 왔어요. 제가 만들었어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티셰가 잠을 못 잘 정도로 머리가 가려워하는 통에 매일 밤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고 하신다.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시는데 내가 먼저 눈물이 터지고 어머님도 같이 터져 부둥켜안고 울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인도여행 이후 나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나는 이제 남을 도우면 그 어떤 것들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강력한 도파민을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더 큰 것이 돌아온다는 것을 안다.

누가 봉사를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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