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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피 Sep 14. 2023

Jamming

내 맘도 쨈

눈 언니와 나, 수카는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JJI 카페로 향했다. 

언니에게도 좋은 사람들을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서 발걸음이 가볍다.      


“헤이, 송! 롱 타임 노씨!”

“맥스, 보고 싶었어!”     


우리는 호들갑을 떨며 펄쩍펄쩍 뛰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본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아주잠깐 눈물도 맺혔다.

      

“너 울어? 하하하하하.”

“아니거든.”     


이 사람들이 놀리느라 정신이 없는 걸 보니 감동도 눈물도 쏙 들어간다. JJI CAFE의 전경을 좋아하는 언니를 보고 내 어깨가 으쓱 한건 왜일까. 맥스의 뜨거운 짜이가 도착하고 서로 소개할 것도 없이 급속도로 다 같이 친해진 우리는 벌써 일주일치 여행계획을 다 짰다.

      

“송! 마침 우리 내일 공연 있어. 카페로 7시까지 와.”

“오예, 제일 기대되는 일정이다.”


최근에 인도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들었는데 지금도 잠난은 한국 사람을 만나면 제일 친한 한인 친구가 가르쳐 줬다면서 ‘오예’를 외쳐댄단다. 


그날 밤 나는 꽃을 들고 JJI 공연에 참석했다. 카페에는 벌써 여행자처럼 보이는 이들이 빽빽이 앉아있고 저마다 와인, 맥주 등을 즐기는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잠난 형제들은 악보를 볼 줄 모른다. 대부분이 코드로 자신들이 만든 곡이고 유명한 곡들은 귀로 듣고 연주한다고 했다. 하루 종일, 어딜 가든 음악은 만드는 것이란다. 어디서든 기타를 두드리는 잠난 덕분에 같이 다니면 시선집중이다. 역시나 오늘도 공연의 막바지에 멋진 장면이 연출되었다. 잠난이 코드를 하나 외치고 그 코드에 맞게 연주를 시작하니 청중에 있던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 서로 눈을 맞추고 연주한다. 순식간에 호흡과 시선이 맞닿아 멋진 합주가 되었다.      



나는 사실 음악을 전공이다. 그날 밤 내 일기의 주제는 ‘내가 과연 음악을 하고 산 건가?’ ‘음악을 알긴 아는가?’ ‘음악이 뭘까.’ 등 질문은 많은데 쓸 수 있는 내용이 없다. 과거의 나는 악보에 갇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느라 정작 음악을 하지 못했고, 마음의 노래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점점 노래를 하는 것이 괴로웠고, 누가 노래시킬라 전공을 물으면 거짓으로 이야기한 적도 있다. 한데 이들은 악보가 뭔지도 모르지만, 음악 하는 삶이 행복하다 말하며 넘치게 즐기며 살고 있다. 그들의 공연을 보고 많은 이들 또한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나도 다시 음악이 하고 싶어 진다. 음악에 빠져 살고 싶다. 한참 그들의 음악과 세계에 빠져 표류하고 있는데 뜬금없는 잠난의 멘트가 들린다.          



“마지막 곡은 한국에서 온 세상에서 가장 잘 먹는 내 친구에게 바칩니다.”

‘나? 나 말하는 건가?’     


잠난에겐 한국인 친구가 좀 있으니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괜히 귀까지 벌게졌다. 노래, 분위기, 음식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들이 내 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멋졌다. 애프터파티에 초대받았지만 언니와 함께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여운이 가득한 무드에 둘 다 배시시 웃으며 걷던 중 눈 언니가 물었다.

      

“근데, 너네 무슨 사이야?”

“그런 생각 안 해 봤는데.”

“오늘부터 한번 해 봐, 잠난이 너 계속 쳐다보면서 기타 튕기던데.”     


그 자식은 기타나 튕길 것이지 뭘 또 쳐다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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