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해린 Dec 15. 2024

무척추 식물원의 정원사

식물은 척추가 없다. 척추는 동물, 그 중에서도 척추동물에만 있는 구조인데 몸을 지탱하고 중추 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척추뼈는 서로 관절처럼 연결되어 있어 몸을 구부리거나 비트는 등의 유연한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척추가 없으면 구조적인 안정감도 없다.


하지만 식물에게는 이런 척추가 없는 대신 세포벽이 있다. 셀룰로오스 라는 물질로 만들어지는 식물의 세포벽은 척추동물의 척추를 대신하여 식물이 땅을 딛고 단단히 설 수 있도록 해준다. 인간인 나의 몸은 척추가 있어 곧게 서서 이동할 수 있지만, 나의 마음은 척추가 없는 식물 같은 존재여서 휘영청 굽어지고 하염없이 흘러갈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곳은 식물이 볕을 향하듯 내 스스로의 마음을 하염없이 들여다 본 시간의 기록물이자, 녹빛 식물을 닮고 싶어 이리저리 흘러 다녔던 나날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기억의 저장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