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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린 기록물 보관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y 이해린 Jan 26. 2025

해린 기록물 보관소는 보시다시피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보관물의 양이 방대해 자칫하면 헤매기 십상입니다. 길을 잃지 않도록 초행자가 참고하면 도움 될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사오니 진입 이전 상세 안내 가이드를 읽어보길 권합니다. 바쁘신 분께선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 간편 요약본을 읽어주십시오. 해린 기록물 보관소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해파리 사냥 클럽>

해파리 사냥을 떠난다. 터벅터벅 해파리를 잡으러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해파리가 출몰하거나 목격된 지역에는 조금 더 오래 상주한다. 해파리 채를 휘둘러 채집한 해파리들은 세심하게 관찰하고, 흥미로운 특이점은 반드시 기록한다. 게다가 분홍 해파리 잼을 듬뿍 바른 샌드위치는 영양가 높은 훌륭한 한 끼 식사다.


<무척추 식물원>

식물은 척추가 없다. 척추는 동물, 그중에서도 척추동물에만 있는 구조인데 몸을 지탱하고 중추 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척추뼈는 서로 관절처럼 연결되어 있어 몸을 구부리거나 비트는 등의 유연한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척추가 없으면 구조적인 안정감도 없다.


하지만 식물에게는 이런 척추가 없는 대신 세포벽이 있다. 셀룰로오스라는 물질로 만들어지는 식물의 세포벽은 척추동물의 척추를 대신하여 식물이 땅을 딛고 단단히 설 수 있도록 해준다. 인간인 나의 몸은 척추가 있어 곧게 서서 이동할 수 있지만, 나의 마음은 척추가 없는 식물 같은 존재여서 휘영청 굽어지고 하염없이 흘러갈 수 있다.


그러므로 이곳은 식물이 볕을 향하듯 나 스스로의 마음을 하염없이 들여다본 시간의 기록물이자, 녹빛 식물을 닮고 싶어 이리저리 흘러 다녔던 나날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기억의 저장고다.


<척척박사의 실험실>

이보다 실험적인 실험실은 없고, 이보다 딩동댕동 도시라솔파미레도한 척척박사도 없을 것이다.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바르셀로나로 연구 기관을 옮겨 다문화 교육과 비판적 교육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실험실 내 안전 수칙 숙지는 기본이요, 실험실 입장 시 실험 가운과 안전 고글 착용은 필수다. 실험실은 미생물 배양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바깥보다 기온이 2도 정도 낮으니 방문객은 유념하길 바란다.


해파리 사냥 클럽에는 사냥 여정을 채집하고, 무척추 식물원에서는 주로 일상적 경험과 수필을 재배합니다. 무척추 식물원 중앙에 위치한 못에는 간간히 조각 글이 삽목이나 물꽂이 되어 있으니 눈으로만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척척박사의 실험실에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의 교육 대학 기관에서 근무하는 박사의 실험 일지가 보관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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