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3주차
5월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는 지금은 박사 1년 차를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박사 과정에 지원할 때, 학기별로 끝낼 과제 또는 논문 작업 등 연구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Research Plan”과 참가할 학회나 수업 등을 기록한 “Training Plan”을 제출한다. 하지만 그에 기하여 지난 두 학기가 이루어졌던가. 자신 있게 아니라고 답하겠다. 분명 첫 논문을 1년 차 중에 마치고 퍼블리싱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현실로 가는 길목은 험난하다.
그럼 현재 내 연구 진척 상황과 성과는 어떠한가. 이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6월 둘째 주에 잡혀있다. Panel Evaluation이라고 하는 학업 일정인데 모든 교육학부 소속 박사생들이 정해진 일자에 자신의 연구 과정을 보고하는 것이다. 교육학부 소속 교수진과 및 지도 교수가 심사를 보게 되며, 발표자 개별적으로 심사단이 지정되어 있다. 행사는 4일에 걸쳐 이루어지고, 매일 지정된 박사생의 연구 발표, 점심 식사, 이어서 박사 학생을 관리하는 Doctoral School에서 준비한 교육학부 박사생 대상의 강연 및 실습 활동이 이어진다.
개별 박사생의 연구 발표에 대해 부연 설명 하겠다. 각 발표자는 발표 이전에 10쪽가량의 연구 성과 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한다. 발표 당일에는 7분 이내의 프레젠테이션을 각자 선보인다. 매일 4-5명의 박사생으로 구성된 그룹이 발표하며, 그룹은 사용하는 언어로 나뉜다(카탈란/카스테야노/영어). 모두의 발표가 끝난 이후, 심사단과 학생들끼리 50여분의 질의응답 및 토의 세션을 갖는다. 이때, 본인이 설계한 연구에 대한 이론적 내용과 실천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발표를 2주 앞둔 현재의 준비 상태는 발표 자료와 스크립트다. 본 발표만 준비해 놓은 상태여서 앞으로 며칠 동안은 토론 때 어떤 질문이 오가고, 어떻게 답변할지 생각해 미리 자료를 준비해 두어야 한다. 50분이면 대책 없이 긴 시간이라고 언뜻 생각되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패널 5명이 모여서 토론하는 거라서 한 번 질문이 오면 명확하게 답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학과 전 교수진이 모이는 자리여서 앞으로의 연구 비전을 잘 전달한다면 연구 주제와 관련된 리서치 프로젝트에 협업할 수 있지 않을까, 마냥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잘하고 싶다, 잘 해내고 싶다, 잘 해내면 얼마나 좋게요? 스스로 염불을 외고 있다.
현재 내 연구 진척 상황은 다음과 같다. Scoping review에서 다루고 있는 35개의 논문 중 핵심 내용을 4가지 갈래를 나누어 Findings 영역으로 정리하고 있다. 4가지 소주제 중 마지막 주제를 작성 중에 있어 이번 주에 마무리하면 다음 영역은 넘어갈 수 있다. 남은 영역은 Discussion과 Conclusion인데 어떤 내용을 정리해 넣어야 할지 아직 감이 안 온다. 그때 가면 생각해 보겠다. 지금 작성한 내용뿐만 아니라 논문 분석을 돕기 위해 마련한 차트, 표, 분석 글 등등을 합치면 75쪽에 달하고 있다. 마지막 결론까지 작성한 후에는 다시 처음부터 수정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본래 마무리를 생각하던 기한이 이번 학기였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로 진행 중이긴 하다. 꾸물꾸물, 앞으로 기어가고는 있지만 말이다. 지도 교수님들이 내 조바심을 알아채시고선 괜찮다, 걱정 마라, 격려를 해주시는 중이다. 교수님들이 괜찮다니까 별일 없겠지, 싶다가도 번뜩 불안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2주 채 남은 시간에서는 아예 빨리 시간이 가버려 방학을 맞이하고 싶기도 하고, 준비 기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싶기도 하다. 참 애매한 시점이다.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고, 성실하게 준비해야겠다.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인만큼 내가 여태 마련해 놓은 것과 앞으로 이루어 낼 것을 최대한 예쁘게 포장해 보여야 한다. 성심성의껏 포장지와 리본 끈을 마련하고, 리본 묶는 방법을 골똘히 연구 중에 있다. 내가 공들여 준비한 선물을 다들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