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랑단 01
6월 학기를 마무리하고, 7월 1일 날 교수님과 박사 과정 1년 차의 마지막 미팅을 가졌다. 7월에 접어들었다. 그 말인즉슨, 여름의 시작이다.
이번 여름은 잔뜩 화려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엄마, 아빠, 이모가 날아오신다. 이들의 캐리어는 무겁다. 각종 비상약, 햇반과 된장고추장, 낭만적인 남부 프로방스와 정열적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걸맞은 여름 옷장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이들의 여정은 한 달간 지속될 예정이다. 그러니 아무리 캐리어가 무거울지언정 이들의 마음은 한없이 가벼울 수밖에.
오후 8시, 이들은 바르셀로나 엘 프랏 공항에서 손을 휘휘 저어 택시를 잡아 바르셀로나 자치 대학에 당당히 입성한다. 이들의 30킬로 캐리어는 택시 기사도 휘영청 하게 만든다. 캐리어 바퀴를 돌돌 끌고 E동 308호 카드키를 꼽는다. 기숙사는 이미 이들의 가이드께서, 바로 이 몸 되시겠다, 손수 공수한 물병 18병, 세안 도구, 주방 식기 도구 등등으로 한살림이 채비되어 있다. E동 308호는 이들의 베이스캠프가 될 예정이다. 마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기 전 베이스캠프에 텐트를 치듯이 이들도 한 달의 대장정을 도모하며 이곳에서 첫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이들의 가이드는 고객의 소리함과도 같아 사전 조사를 면밀히 마친 후 계획을 짰다. 물론 가이드의 천성으로 인해 계획이 그리 촘촘하지는 않지만 계획은 계획이다. 그리하여 5단계 기획안이 완성되었다. 1주 차, 바르셀로나 시내를 탐방한다. 2주 차, 남부 프랑스를 순회한다. 3주 차, 바르셀로나 근교를 둘러본다. 4주 차, 스페인 남부로 떠난다. 5주 차, 잔뜩 지친 심신을 쇼핑으로 달랜다.
그리하여 7월 2일, 이곳 바르셀로나 자치 대학교 학사동 E동 308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38도의 불볕더위에서 모두가 쓰러지는 이때, 물 건너온 3인의 열정 가득한 어르신과 1인의 가이드가 힘을 합쳐 스페인 유랑단을 결성하게 된다. 순회 기간은 단 한 달, 순회 지역은 남부 프랑스와 스페인 전역이다. 이들은 결의에 차있다, 아무도 이들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