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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01

by 이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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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집에는 창문이 여럿 나 있다. 크기는 제각각 달라도 모양은 반듯하고 늘씬하다. 가장 큰 것부터 가장 작은 것까지 창의 수를 세보면 금방 열 손가락이 넘어 간다. 큰 창문, 중간 크기, 가장 작은 것까지 합치면 개수가 꽤 커지기 때문이다. 연의 집에는 너른 거실이 하나와 딸려 있는 부엌, 꺾어 이어진 곳에 작은 방, 큰 방과 화장실, 옷 방과 그 너머에 실내 베란다가 있다. 거실에는 가장 넓은 사각창이 하나 있다. 부엌 개수대 위에 작은 창 하나가 있는데 화장실에도 같은 크기의 창이 달려 있다. 작은 방에는 창이 하나지만 큰 방에는 두 개가 나 있다. 옷방에는 베란다로 이어지는 창이 있고, 그 베란다는 바깥으로 향하는 창이 나 있다. 쉬는 곳, 자는 곳, 먹는 곳, 보관하는 곳, 씻는 곳. 방은 공간마다 용도가 나름대로다. 하지만 그 집에 난 창의 용도는 모두 동일하다. 안팎의 공간을 나눔과 동시에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주는 곳이 창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창은 문이나 벽과는 다르다. 문보다는 폐쇄적이지만 벽에 비해서는 개방적이다. 문이나 벽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이점은 관리의 필요성에 있다. 창은 투명할수록 더 멀리 내다볼 수 있기에 성실한 관리가 필요하다. 며칠에 한 번씩은 닦아주고 모서리와 틈을 살펴봐 주어야 한다. 창의 수가 하도 많아 연은 일주일을 쪼개 모든 창을 꼼꼼하게 닦아준다. 보이는 대로 하다 가는 어느 창을 며칠 주기로 닦았는지 잊기가 십상이었기에 요일과 창을 짝짓는 방안을 차선책으로 삼은 셈이다.


그 작업이 누구에게는 못내 귀찮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연은 창문을 돌보는 시간이 자신을 가꾸는 시간이라도 되는 양 매번 온 정성을 다 쏟는다. 유리 세정제 같은 강한 화학 제품은 쓰지 않는다. 그건 창문에게도, 제 손에게도 못할 짓이라고 여긴다. 연은 굳이 수고스럽게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비눗물을 풀어 손 걸레를 적신다. 하고 많은 청소 도구 중에 고심해서 고른 게 고작 손 걸레와 양동이여서 연의 청소 작업은 한 번 시작되면 한 두 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연은 청소 때문에 끼니를 거르거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적도 태반이다. 유리창이 반질반질해지는 걸 지켜보자면 연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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