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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린 May 18. 2023

그 해 여름, 포르투갈 01 리스본, 원웨이

이번에는 가고 마리라, 포르투갈로.

의지는 누구보다 충만했고 열정은 이미 여름 태양볕보다 뜨거웠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간지나게 외치고 싶었다.

리스본, 원웨이.

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유럽의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곳까지 친절하게 한 큐에 모셔다 주지 않는다.

포르투갈행 직항은 대한항공에서 얼마간 노선을 운항했다 다시 없어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노선이 없어진 시기도 코로나 이전이었으니 단가가 안 맞거나 수요가 없거나, 아니면 둘 다 해당되지 않을까 나름 추측만 할 뿐이다.

게다가 전쟁 때문에 유럽 대륙으로 가는 비행편은 모두 소요 시간이 길어졌다. 심지어 거점 도시로 가는 직항 비행편마저 말이다.

어차피 포르투갈로 가는 비행편은 직항이 없으니 비행 시간은 심각하게 길어질 예정이다.

열심히 스크롤을 내려도 비행 시간은 어마무시하다. 경유지도, 경유 시간도, 그 무엇하나 쉽게 날 유럽으로 보내줄 생각을 않아 보인다.

오래 고민하고, 생각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정열적인 유럽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익숙한 초록의 풍경을 거닐 여름을 떠올렸다.

리스본 도심의 낮은 건물과 높은 하늘은 어땠는가. 돌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던 낯익은 광장과 가파르게 올라 가는 에두아르도 공원의 끝없이 이어지는 푸르름.

페니쉬의 기다란 해안선과 보드에 몸을 실은 서퍼들이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던 모습.

카파리카의 햇볕이 떨어지는 곳에 펼쳐진 지평선과 몸을 적시는 흰 포말과 샛파란 파도가 울렁거리며 날 덮칠 때 가슴 속 깊숙이 느끼던 시원함.

작은 골목길마다 숨어 있던 오색찬란한 타일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던 그 빛깔들.

  리스본에 처음 발을 붙인건 새벽 네시. 친구들과 야간 버스를 타고 요란하게도 리스본 땅에 입성했다. 코르도바에서부터 장장 9시간을 달렸고, 버스는 중간중간 정차해 밤의 승객들을 태웠다. 안달루시아로부터 멀어질 쯤 어슴푸레한 빛이 리스본의 언덕배기 사이로 보이는 듯했다.

  첫 차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24시간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뻐근한 허리를 돌리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콜라의 김은 빠진지 오래였다.

  짐이 유난히도 많았던 친구의 옷가지를 옮기러 지하 주차장에서 쇼핑 카트를 가져왔다. 텅 빈 버스 공영주차장을 쇼핑 카트로 질주하며 느낀 리스본의 서늘한 공기에 반팔을 입은 맨 살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자꾸만 포르투갈의 모든 장면이 금방이라도 뛰어들어갈듯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래서 결국 티켓을 끊고야 말았다. 가는 항공편은 본인의 허리 건강과 평탄한 여행의 시작을 위해 비지니스 편을, 오는 건 지갑 사정과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이코노미 석으로. 그리하여 리스본을 가게 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이제부터 포르투갈 일지 첫 페이지를 펼쳐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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