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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Aug 05. 2018

[단독인터뷰]  인도대사가 말하는  인도경제의 진실

인도 경제성장의 장애물은 무엇일까, 여성 노동력 늘리기 위한 대책은?

Hyeree's TicTalk with 신봉길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


신봉길 주 인도 대한민국 대사




1. 인도의 여성 노동자수가 최근 1000만 명이 줄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여성 노동자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실제로 여성 인력의 부족함을 느끼시고 있는지요?    

 

ILO 등의 보고서(2014)에 따르면 인도에서 여성 노동자수가 줄어든 데에는 소득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취학 여성의 수가 늘어난 점,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농업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점,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택했던 여성들이 가구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가사를 택하게 된 점, 통계의 작성에 있어 실제 취업 여성이 집계되지 않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장려하지 않는 가부장적 사회풍조도 어느 정도 일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인도의 여성인구는 늘어나고 있고, 학력 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요. 일터에서 여성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기보다는 인도에서 여성 인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2. 고학력 여성일수록 일자리를 갖는 것을 꺼려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여성이 부유한 집으로 시집을 가면 일을 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이 전통이 여전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효한지요?   

  

개도국에서 소득이 증가하게 됨에 따라 여성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줄어들다가 일정 수준의 소득수준을 넘게 되면 여성의 학력수준이 더욱 높아져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택했던 저학력의 여성들이 가구소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학력 수준이 일정 수준 높아지면서도 취업보다는 육아와 가사를 택하게 되는 것인데, 인도의 경우 가부장적인 색채를 갖는 힌두 문화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향도 대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대학교 이상을 졸업하면 가사와 육아는 가정부에게 맡기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돈을 버는 것이 가사에 전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경제적 혜택 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수의 인도인들이 경제적으로 더욱 윤택한 생활을 갈구하게 되면서 더욱 많은 소득을 필요로 하게 되면 더 많은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관측도 있습니다.         


한편, 학력 수준을 불문하고 인도 기혼여성들도 가사를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취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에 학력 수준이 올라갈수록 일하기를 꺼려한다고 하기보다는 학력 수준에 맞는 적절한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 인도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3. 인도 여성 인력이 부족하면서 의류 제조 공장들이 모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쪽으로 가고 있다는데요. 여성 인력 부족도 있겠지만 인도의 임금이 타국에 비해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성 인력이 부족한 것이 임금 상승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고심을 하고 있는지요? 여성 인력의 활성화 대책을 내놓곤 있나요?      


인도의 임금 수준이 여타 개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인지, 여성인력이 부족하여 임금이 상승되었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에서 의류 제조 공장과 같이 대규모 고용, 특히 여성인력의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 다소 주춤하게 된 데에는 임금 수준뿐만 아니라 최빈개도국에 대한 미국의 특혜무역의 여부, 친기업적인 정부 정책의 여부, 임금 수준을 포함한 노동시장 환경, 생활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 정부도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의 2018-19년 예산안을 보면, 인도 정부는 새로이 노동 시장에 진출하는 여성 근로자의 고용 연금 부담률을 첫 고용 후 3년간 현행 12%에서 8%으로 낮추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여성의 실질임금을 높여줌으로써 여성의 고용을 장려하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소액 금융 제도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도 강화했습니다. 이 제도의 수혜자 중 76%가 여성이라고 하는데,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여성의 유급 출산휴가를 12주에서 26주로 늘리고, 5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일하는 여성을 위해 탁아 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제도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들은 이미 고용된 여성들을 위한 혜택으로서 자영업, 일용노동자가 여성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의 현실에서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성의 금융계좌 보유율 및 휴대폰 사용률 제고, 여성의 구직 및 취업활동 선택에 있어서 제한을 가져오는 낙후된 전력/대중교통 등 인프라 개선을 통한 여성의 공공안전 확보가 여성의 사회적 참여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가정 내 남녀 간 가사분담 등 가부장적 사회풍조의 개선도 중요합니다.

          

4. 힌두교의 영향으로 여성이 대부분 집에서 보내고 재산에 대한 상속권도 여전히 남성에 치우친다고 하는데요, 실제론 어떤가요? 여성 인권운동이나 힌두교문화 탈피 같은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는지요.


인도 헌법은 남성과 여성이 평등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도 대법원도 상속권에 대한 법적 분쟁에서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줄곧 인정해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인도 사회에 내재하는 가부장적 문화, 종교적 영향 등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제약받고, 상속권에 있어서도 여성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여전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상황이 약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한 여아 낙태 문제는 인도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인도에서도 물론 헌법상 보장된 여성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여성 인권 운동 등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이 더욱 큰 파급력을 가지고 여성 인권의 전반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농촌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에 대한 교육 기회는 여전히 한정적입니다. 즉, 본인에게 부여된 권리가 무엇인지, 어떤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이 아직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5. 오늘 인도 정부에서 2030년쯤이면 인도 GDP가 10조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앞으로 인도의 경제 성장의 장애물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도가 2035년까지 평균 6%대의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인구는 16억을 넘어 중국을 추월하고,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3% 정도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 교통, 상하수도, 전력 등의 인프라의 개선, 노동인구 및 노동생산성의 증가, 부족한 국내 저축을 보완할 해외 직접투자의 지속적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인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숙련 노동자 양성, 도시화, 노동시장 개혁,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을 통한 노동인구 및 노동생산성을 확충하고, 부정부패, 관료주의 철폐 등을 통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여 해외 직접투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하며, 유입된 FDI는 부족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중산층 양성을 위해 계층과 소득의 분배가 불가결하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비단 인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주 인도 대한민국 대사관의 신봉길 대사님과 자세히 답변을 정리해주신 유소영 경제참사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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