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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May 29. 2018

“애주가여, 돌아오라”  맥주의 색다른 변신

코로나 스텔라 등 주류업체 '저알콜' '고대 효모' 맥주로 승부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국내선 잘 알려지지 않은 이코노미스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월스트리트 저널 등 기사를 분석해 '외신 속 재미있는 경제·사회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쓰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최근 전 세계 술 소비량이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를 보면 주로 젊은 층은 과음을 즐기지만 소득이 적어 술을 자주 마시지 못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즐기는 중년층은 건강 등의 이유로 술을 줄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주일에 5일 이상 술을 마시는 영국 사람의 비중이 10년 전만 해도 15%를 넘겼지만 현재는 10% 미만이라고 합니다.


1994년부터 2014년까지 전 세계 주류 소비 추이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를 보면 스코틀랜드 정부는 이달부터 술에 대한 ‘최저가격제(minimum unit price)’를 도입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규제카드를 내건 것은 16세 한 소녀가 값싼 술인 Frostry Jack’s라는 술을 대량으로 마셔 사망한 것이 하나의 이유입니다. 맥주보다 알코올 함유량이 많은 이 술은 3리터에 4.5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6600원에 팔렸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술값을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위스키의 대표적인 생산지이자 유럽에서 가장 술 소비량이 많은 나라로도 유명한 스코틀랜드가 주류에 대한 최저가격제를 시행한 것은 최근 급격히 줄고 있는 술 소비량도 영향을 준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달부터 이 나라의 주류 판매업체는 이전 판매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싼 최소 11.25파운드에 주류를 팔아야 합니다. 할인이나 쿠폰을 적용한 가격이 최소 이 가격을 넘어야 한다는 거죠. 만약 판매점이 이 가격을 위반하면 영업정지 등의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전 세계 주류회사들도 급격하게 줄고 있는 술 소비량에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The world's Largest Brewers Have a New weapon: Weak Beer’라는 기사를 내고 세계적인 맥주업체들이 ‘저알콜 맥주’라는 새로운 병기를 꺼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 주류 연구기관인 IWSR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맥주 소비는 1.8% 감소했습니다. 2015년 평균 0.3% 줄었던 전체 주류 소비도 2016년 맥주 소비가 줄면서 1.3% 떨어졌고, 일부 수요는 수제 맥주로 이동했습니다. 전체 맥주 판매량이 0.4% 감소한 미국에선 수제 맥주 판매가 3.6% 늘며 소규모 수제 맥주업체들이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2016년 전 세계 주요 맥주 소비국 시장 규모


이런 추세에 세계적인 맥주 회사들은 비상에 걸렸고 ‘저알콜 맥주’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습니다.


맥주 브랜드 '코로나'부터 '스텔라'까지 저알콜 맥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건강 등의 문제로 술을 줄이면서 주류회사들을 이를 인식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알콜 주류를 내놓고 있는 겁니다. 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호주의 AB InBEV라는 양조장에선 4월부터 알코올 도수가 낮은 코로나 맥주를 선보였습니다. 보통 맥주 도수가 6도 정도라면 이 맥주는 약 3.2도, 절반 정도입니다. 호주 시장의 경우 맥주 소비량이 최근 절반으로 줄었는데, 주류 시장의 25%를 저알콜 맥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호주뿐 아니라 최대 주류 시장인 중국도 저알콜 맥주가 인기라고 합니다. 2016년에 론칭한 맥주의 3분의 1 정도는 아예 알코올이 없는 맥주거나 도수가 적은 맥주라고 합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이네켄 칼스버그 맥주의 대표 소비시장인 서유럽의 경우 전체 주류 중 맥주의 수요가 2011년엔 0.5%에 그쳤지만 5년 후엔 20%대로 올라섰다고 합니다. 점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주류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지난 20일 ‘The Newest Thing in Beer: Ancient Yeast’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맥주업체들이 침체된 맥주시장을 되찾기 위해 ‘원조(오래된) 효모’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류회사 기린홀딩스의 자회사인 호주 제임스 스콰이어, 덴마크의 칼스버그,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등이 100년 넘는 역사를 활용한 맥주 개발에 나섰습니다. 맥주 대기업들은 작은 신생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역사'를 이용한 맥주 개발에 나선 것이죠.


미국의 한 맥주바에서 난파선 보존 에일'(Wreck-Preservation Ale)을 따르고 있는 모습.

제임스 스콰이어는 난파선 시드니코드에서 발견된 맥주 효모를 사용해서 개발한 '난파선 보존 에일'(Wreck-Preservation Ale)을 다음 달부터 판매합니다. 1797년 침몰한 이 배는 지난 1977년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 인근에서 발견됐는데요. 배 안에는 와인과 맥주가 있었고 바다의 찬 온도로 지금까지 보존이 되었습니다. 이 맥주들은 1990년 인근 박물관에 옮겨졌고, 회사는 박물관 측과 합의해 이 맥주의 효모를 기반으로 새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칼스버그는 지난 3월부터 창업 당시인 134년 전 맥주를 재현했습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위치한 본사 공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지하에서 1883년에 제조된 맥주를 찾았습니다. 당시 공법을 사용해 3년에 걸쳐 효모를 채취했다고 합니다. 채취에 성공한 2016년 '칼스버그 리브류'라는 이름으로 한정판으로 팔았지만 최근 '칼스버그 1883'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하이네켄도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 버섯에 있는 효모를 사용해 ‘H41’이라는 맥주를 개발했습니다. 수백 년 전 맥주에서 추출한 효모로 만든 맥주 맛이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맥주 평가 전문 사이트 ‘언탭드’을 보니깐 하이네켄의 H41은 5점 만점에 3.22점을 받았고 칼스버그 1883은 3.03점을 받았습니다. 놀라운 맛은 아닌 것 같네요.


얼마 전 부모님과 제주도 수제 맥주집에 들러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예전엔 OB와 크라운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됐는데 맥주가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정신도 없고 맛도 그냥 그렇다"고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이 주어지는 것이 과연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옷을 살 때 너무 다양한 디자인의 옷이 있는 곳보다 몇 가지 내에서 고를 수 있는 샵을 선호합니다. 술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기사

https://www.ft.com/con…/d4483fea-49b2-11e8-8ee8-cae73aab7ccb

https://www.wsj.com/…/the-newest-thing-in-beer-ancient-yeas…

https://www.bloomberg.com/…/australian-brewers-make-w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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