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어쩌다 취재'-서경배 회장은 왜 북촌 주택을 사들일까?
아모레퍼시픽이 용산에 이어 북촌에 있는 주택 등 부동산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회사지만 부동산에 매우 능한 기업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용산 랜드마크'가 되었고, 실제로 이 사옥이 들어온 후 주변 부동산 시세는 일제히 올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용산에 이어 북촌에도 아모레퍼시픽 마크를 찍을 예정인 것 같다. 지난 8월 20일 아모레 퍼시픽은 가회동(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100억원대의 3층짜리 주택을 매입했다. 대지만 330평 정도다. 이 건물 주변에는 백인제 가옥이 자리잡고 있다. 가회동 중에서도 상당히 고가의 한옥들이 위치한 곳이다.
이 주택의 위치는 가회동 79-1 번지인데 얼마 전 아모레퍼시픽은 그 옆에 있는 79-2 번지 한옥도 매입했고, 74번지도 매입했다. 이 건물 주변에 나온 매물을 싹쓸이했다.
지난해에도 아모레퍼시픽 자회사인 이니스프리는 한옥 두 채를 매입해 매장으로 리모델링했다. 공병을 활용한 내부 인테리어가 독특해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기자도 아닌 내가 어떻게 이 사실을 취재했을까? 단순 '호기심'과 매물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어쩌다 취재'인 셈이다.
지난 주말 이사갈 집을 구하려 북촌에 잠시 갔다가 한 주택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얼핏 봐도 몇백평이 될만한 큰 매물이었는데, 백인제 가옥 언덕길에서 보였던 이 주택은 누가 봐도 꽤 훌륭한 전망을 갖고 있었다. 타일로 마감된 굴뚝이 가을 햇살에 유난히 반짝거렸다. 그래서 더 눈에 들어왔다.
직접 매물을 보러 주소를 찾고 코 앞까지 다가갔다. 꽤 오래된 주택 같았는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이었다. 직접 살만한 매물은 아니었지만, 투자자들을 모아서 리모델링을 해서 투자를 하기엔 좋은 매물인 것 같아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부동산을 다니며 사장님을 괴롭힌 결과, 아모레퍼시픽이 이 매물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확한 매입 날짜는 등기부등본에 적힌대로 7월 19일이었고 등기이전은 8월 20일에 완료됐다. 여기서 또다시 나의 호기심은 발동됐다. 누가 이 건물을 팔았는지, 과연 얼마에 팔렸을까, 아모레는 왜 이 주택을 매입했는가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평소 아모레퍼시픽과 관련이 있는 건축가들을 취조(취재?)한 결과 서경배 회장이 북촌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아모레퍼시픽 플래그십 매장은 물론 문화사업을 위해 북촌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주택 1, 2층에 오설록 카페를 열고, 나머지 공간에는 설화수 등 스파를 열 계획이다.
북촌은 하루에도 수천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의 핵심 관광지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서울의 대표 스팟이 되고 있다. 북촌에 가면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줄지어 셀카를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아모레퍼시픽의 현 고객이자 잠재고객이다. 이들에게 화장품을 파는 것 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의 문화를 판다면 어떨까? 아마도 아모레는 10년 후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코스매틱의 애플을 목표로. 제주도 이니스프리 녹차밭도 같은 개념이다. 누구나 제주도에 가면 들리는 스팟이 된 것은 어쩌면 아모레의 탁월한 문화 마켓팅 때문이다. 그래서 서경배 회장은 개인적인 취향 뿐 아니라 사업적인 목적으로 북촌의 주택을 사들이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 주택의 변신이 기대된다.
취재에 협조해주신 D부동산 사장님과 BH, SJ 건축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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