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태어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죠. 새는 알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려 애쓰지요. 싱클레어, 기억을 돌이켜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 보세요.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죠. 당신이 충실하기만 한다면 운명은 언덴가 당신이 꿈꾸는 대로 완전하게 당신 것이 될거에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젊음의 고뇌를 그린 소설입니다. 성인이 되기에 앞서 질풍노도의 시기에 세상을 배우고 아픔을 경험합니다.
성숙된 자아를 확립하는데엔 고통스런 과정이 수반됩니다. 성장통이라고 하지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진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우리는 뼈아픈 통과의례를 겪어야 합니다. 이것이 어렵고 아픈 이유는 그동안 스스로 만들어 놓은 단단한 ‘알’을 깨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장통은 나이와 무관해 보입니다. 어린이는 청년이 되기 위해, 청년은 성인이 되기 위해, 성인은 중년이 되고, 장년이 되고, 또 노년의 날을 맞으며 성장통을 겪게 됩니다. 날마다 맞닥뜨리는 도전에 응전하는 것도 작은 성장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을 극복해야만 보다 성숙한 자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몰랐던 내적인 자유를 맛보게 됩니다.
벨기에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1898~1967)의 작품 ' 피레네의 성 Le Chateau des Pyrenees)'는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비상하는 듯 합니다. 파란 하늘 바탕에 구름이 그려진 거대한 새는 마그리트 그림에 자주 등장합니다. '대가족'이라는 작품에서는 밤바다 위른 나는 새를 그렸습니다. '피레네의 성'은 자유롭게 날고 있는 새를 통해 희망의 빛을 보여줍니다. 배경의 하늘은 터키블루, 창공에 투영된 흰구름으로 이뤄진 새 이미지는 희망찬 미래를 생각하게 합니다.
자유에 대한 희망은 마그리트 마음의 응어리로부터의 해방을 갈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양복재단사 아버지와 모자제조사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난 마그리트는 14세에 어머니가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나는 엄청난 불행을 겪었습니다. 키리코의 영향을 받아 초현실주의에 몰입한 그가 데페이즈망( 친숙하고 일상적인 사물을 예기치 않은 공간에 나란히 두거나 크기를 왜곡시키고 논리를 뒤집는 기법)으로 이미지의 반란을 일으켰던 것도 자신을 옭죄는 기억과 틀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은 갈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봅니다.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하는 말을 실감합니다. 늘 도전받고 , 도전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리의 삶이죠. 불행한 기억을 예술로 승화했던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알을 깨고 비상하는 새 처럼 우리 앞의 도전을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자유로워 지면 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