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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Sep 24. 2019

피렌체 우피치미술관(1)

글 사진  함혜리

피렌체가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예술의 보고(寶庫)다. 겉에서 보면 밋밋하게 긴 건물이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시하는 걸작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메디치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이뤄진 우피치 미술관을 빼놓고는 르네상스 예술을 논할 수 없다는 것도 절대 과장이 아니다. 연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우피치 (Uffici)는 집무실(Office)을 뜻한다. 토스카나 대공 코시모 1세(1519~1574)가 행정과 사법 업무를 담당하고 메디치 가문의 예술품을 전시할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가문의 전속 화가이자 건축을 담당했던 조르조 바사리 Giorgio Vasari 가 설계를 맡아 1560년 착공한 건물은 코시모의 아들 프란체스코 1세 때인 1581년 완공됐다. 메디치 가문의 궁전인 피티궁에서 바사리 통로를 통해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은 긴 복도를 가진 두 개의 건물로 지어졌다가 후에 두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 현재의 ㄷ자형으로 만들어졌다. 지나 코시모 1세는 우피치 1층에 자신의 집무실 공간을 마련하면서 2층엔 당대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작업할 공간을 마련했고 3층에는 메디치가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전시했다. 프란체스코 1세는 베키오궁과 메디치가의 옛 저택에 있던 예술품들을 우피치로 옮겨 왔다.


천장화로 아름답게 장식된 우피치 미술관의 내부 복도.



전시실이 이어지는 복도 양쪽으로 로마시대의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다.


1765년부터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한 우피치 미술관은 근대적인 작품 배치의 기본을 확립하고 작품에 명패를 달기 시작한 최초의 미술관이기도 하다. 짧은 회랑으로 이어진 동관과 서관 두 개의 건물에는 3개 층에 걸쳐 100여 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동선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설계돼 있다. 1층에는 고문서, 2층에는 판화와 드로잉, 3층에는 13세기부터 후기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회화 작품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2500점 이상의 작품들을 다 감상하려면 하루 이틀 가지고는 절대로 부족하다.


우피치미술관의 르네상스 초기작품 중 걸작인 조토의 성모자상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미술관의 핵심은 45개의 전시실이 있는 3층이다. 미술사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르네상스의 회화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보도록 동선을 짜 놓았다. 전시 도입부는 중세의 끝자락에 있는 치마부에 Cimabue와 시에나화파의 두치오 Duccio,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조토 Giotto 가 그린 성모자상(위 이미지)이 있다. 앞의 두 작품에 비교해 조토의 성모와 아기예수의 모습은 훨씬 인간에 가깝다. 상상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의 형상을 재현한 것이 확연하다.

그 다음 시에나 화파의 전시실에서는 시모네 마르티니 Simone Martini의 ‘수태고지’(아래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모네 마르티니가 처남 리포 멤미의 도움을 받아 그린 이 작품은 금박의 화려한 패널에 인물과 사물들이 정교하게 묘사돼 화려함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보이는 걸작이다.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이 화병에 꽂혀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일반적으로 수태고지 에서는 천사가 백합을 손에 들고 있으며 그것을 마리아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고지'

르네상스가 무르익기 시작한 ‘초기 르네상스’ 전시실에서는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 전투’가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1432년 피렌체와 시에나의 전투를 묘사한 작품으로 3연작인데 우피치에 있는 그림은 두 번째인 ‘베르나르디노 치아르다가 창에 찔리다’이다. 다른 두 작품은 런던 내셔널갤러리와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있다. 우첼로는 원근법에 심취해 창의 길이와 각도를 기준으로 구성했다. 원근법에 맞게 짜는 데만 치중하다보니 인물과 말들이 마치 인형처럼 묘사돼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의 구성적인 표현법은 4세기가 지난 뒤 입체파와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중세적인 색채가 남아 있는 작품들을 지나서 8전시실부터 본격적인 르네상스 회화가 펼쳐진다. 세속의 고결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던 필리포 리피의 ‘성모자와 두 천사’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필리포 리피의 ‘성모자와 두 천사’

수도사 화가 필리포 리피는 검은 선으로 인물의 부드러운 윤곽을 표현하는 피렌체화풍을 이끈 르네상스의 선구자다. 그는 프라토 수녀원에 제단화를 그리러 갔다가 수련 수녀 루크레치아와 사랑에 빠져 애정의 도피를 하고 아들까지 낳았다. (그의 아들 필리피노 리피도 뛰어난 화가가 됐다.) ‘성모자와 두 천사’의 중심인물인 성모가 루크레치아를 모델로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대에 엄청난 스캔들이 탄생시킨 이 작품은 우피치미술관 티켓에 소개될 정도로 아름다운 르네상스 화풍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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