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미술의 보고
우피치 미술관의 9번째 전시실의 중앙에는 유명한 한 쌍의 측면 초상화가 놓여있다. 무뚝뚝해 보이는 매부리코의 귀족 남성과 값비싼 의상을 입었지만 백지장 같은 얼굴의 여성이 마주 보고 있는 것을 측면 초상으로 그렸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Piero della Francesca의 ‘우르비노 공작 부부 초상’이다.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공작과 부인 바티스타 스포르차의 초상화인데 눈높이로 나란히 바라보게 설치돼 있는 것이 특이하다.
‘비너스의 탄생’ 다음으로 관람객이 북적이는 곳이 ‘프리마베라’(봄)다. ‘위대한 자 로렌초’의 조카인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 데 메디치의 저택 침실에 침대 등받이 위에 걸려 있었다. 막 결혼한 그를 위해 가문에서 결혼 선물로 주문한 것으로 추정한다. 화면 한가운데에는 비너스가 서 있고 그 옆으로 세 명의 여자가 둥글게 원을 그린 채 서 있다. 순결, 사랑,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삼미신이다. 비너스의 오른쪽에 두 여인이 서 있다. 그중 바람의 신 제피로스에게 잡혀 있는 여인의 입에서는 꽃이 피고 있다. 배경의 나무들은 감귤나무로 학명에 ‘메디카’가 붙기 때문에 메디치 가문을 상징한다고 본다. 학자들은 그림 곳곳에 그려진 꽃이 500여 종에 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따뜻한 봄 같은 신혼부부의 사랑을 축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메디치 가문으로 인해 황금기를 구가하는 피렌체의 영광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보티첼리의 방에서는 ‘메달을 든 젊은이’ ‘동방박사의 경배’‘아펠레스의 모략’ 등 보티첼리의 명작들을 볼 수 있다.
우피치 미술관은 최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방을 새로 단장해 그 유명한 ‘수태고지’를 돋보이게 전시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초기 작품으로 먼 산을 대기 원근법으로 흐릿하게 표현하고 건물은 투시 원근법으로 표현했다. 천사의 날개와 섬세한 옷자락, 평온하면서 신성한 얼굴, 우아한 손동작 등 평화로운 작품은 들여다볼수록 신비롭다. 그의 스승인 안드레아 베로키오의 ‘세례 받는 그리스도’를 한 방에 놓은 것은 이 그림 속 두 명의 천사를 10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기 때문이다. 스승은 주요 인물을 그리고 제자는 보조 인물인 천사를 예수 왼쪽에 그렸는데 베로키오는 제자의 천재성에 놀라서 그 후 그림을 그리지 않고 조각에 전념했다는 얘기도 있다.
베네치아 화파의 거장 티치아노가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도 너무나 유명한 그림이다. 티치아노는 색과 빛에 중점을 두면서도 과감한 붓 터치와 화면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구성법이 뛰어났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알몸의 여성이 도발적인 시선으로 관람객을 바라보는 파격적인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고야, 모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피치는 1737년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상속녀 안나 마리아가 건물과 미술작품들을 피렌체 시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됐고 이탈리아 통일 후 국립미술관이 됐다. 안나 마리아가 내건 조건은 “절대 이 작품들을 국외로 반출시키지 말고 피렌체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걸작들을 온전하게 오늘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우피치를 방문할 때마다 절감한다. 예술가를 후원한 저의에 대해 비판론도 있지만 메디치 가문이 아낌없이 예술가들을 후원한 덕분이다. 메디치가의 350년 영화는 오래전에 막을 내렸지만 예술은 영원히 남아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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