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힘
"네 운명을 사랑하라. 이것이 이제부터 나의 사랑이 될 것이다. "
- 니체
해본 적도 없는데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다. 가사 하나 제대로 외우는 게 없고 뭘 부를지 아직 정하지도 못했다. 무대에 오를 시간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나. 언제 이 결정이 내려진 걸까? 기억도 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후회스럽다. 엉망이다.
참담한 심정으로 우왕좌왕하다가 잠을 깼다. 꿈이었구나!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생각해 봤다. 2021년 한 해 구상을 하는 시점인데 말이다. 올해 새로 시작하는 일이 많이 부담스러운 게 틀림없다.
그렇다고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내가 해야 할 일을 완성도 높게 해야 한다.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니 어쩔 수 없다. ‘대충 해야지’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늘 고달픈것같은데 사서 고생하는게 성격이고 팔자인듯 하다. 괜히 시작하겠다고 한 걸까? 솔직히 후회도 된다. 편하게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할 일도 아니었다.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고 후회한 적이 많다. 특히 적지 않은 나이에 객지 생활을 자처하고 프랑스에 갔을 때 적응기에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익숙한 곳이라 무난하게 정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가니 정말 이방인이라는, 뚝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먹구름처럼 짓눌렀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힘들었어도 그때 그 시절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과정들이 쌓여 지금의 내 모습이 된 것이니 과거의 힘든 일들도 좋은 추억으로 되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더. 일을 잘 마치고 난 뒤에 느끼는 후련함은 중독성이 강하다.
그러니 담대하게 받아들이자. 가슴을 넓게 펴고. 늘 그랬듯이 과정은 힘들겠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그저 잘 하면 될 일이다. 이 또한 지나 갈 것이니.
운명의 힘은 강하다.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편곡해 만든 <마농의 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