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의미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중 나를 깨우는 한 문장

'지구에서 성립하는 자연법칙은 별에서도 똑같이 성립해요. 물론 별에서는 주변 조건이 극단적이라는 점이 다르 긴 하죠. 그렇지만 우주는 우리의 생활공간이잖아요. 또 지구에 살았던 모든 인간이 본 별과 지금 우리가 보는 별은 똑같은 모습이에요. 게다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우리 자신이 다름 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예요.'

- 마틴 리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중


어린 시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 지를 상상해 본적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우주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그 우주와 같은 우주가 여럿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 작은 머리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제목만으로 나를 빨아들인 책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는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세계 최고의 과학자 13명과 함께 빅 퀘스천을 중심으로 나눈 대화를 엮은 것이다. 책의 제목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천문에 대한 자문을 해 주는 왕립 천문학자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마틴 리스 경과의 대담에서 발췌한 것이다.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고대의 자연철학자들부터 시작해 천체 물리학자, 수학자 등 수많은 과학자들이 하늘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고 관측하며 수많은 시간을 보낸 덕분이다. 마틴 리스도 그중 한 명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에서 천문학교수를 지낸 마틴 리스는 '퀘이사'연구를 통해 빅뱅 이론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은하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이 주위의 기체를 빨아들일 때 우주에 있는 그 무엇보다도 밝은 빛을 내는데 바로 그것이 '퀘이사'이다. 슈테판 클라인이 "별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았다"라고 하자 마틴 리스는 "별은 우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고 한다.

지구에 있는 모든 원소는 별의 내부에서 수소와 헬륨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 결과 발생했다. 그로부터 훨씬 뒤에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게 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30억~40억 년 전 생명의 기원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해 놓았다. ( 그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이 원시 시대의 번개를 인공적으로 모방한 전기 방전으로 수차례 실험한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과학자들은 생명 탄생 이전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본뜬 실내 실험에서 퓨린과 피리미딘이라는 유기물이 생성됐음을 밝혔다. 이것이 유전물질인 DNA의 구성요소다. 유기물 분자가 자기 복제와 자연 변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40억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결과물이 지금의 우리 세상이다. 정확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해가 가능한 선에서 더듬어 보면 납득이 간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별이 남긴 원자의 부스러기에서 비롯됐다는 것.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먼지에서 왔으니 먼지로 돌아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긴 우주의 시간을 생각하면 우리가 사는 것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다. 먼지로 돌아갈지언정 이 삶은 얼마나 소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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