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선인장이라 부르고 싶은 정열적인 꽃
시장통에 있는 만물상 입구에 난데없이 작은 선인장 화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지친 듯 쳐져 보였지만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이름도 모르지만 붉은 봉우리가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고 , 어떤 꽃이 필지 궁금하기도 해서 사 가지고 왔다. 얼마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5000원이 안 됐던 것 같다.
이중 나팔꽃 모양으로 생긴 붉은 꽃 한 송이가 피고 진 뒤 꽃 소식은 없었다. 꽃이 필 줄 알았는데 그저 잎으로 자랄 뿐이었다. 조형적으로 보면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은 모양이지만 선인장은 해를 좋아하니 이름도 '써니 sunny'라고 붙여주었다. 이리저리 옮겨도 보면서 정을 붙여 키웠다.
‘선인장도 죽게 만들 정도로 화초 키우는데 재주가 없는'이라고 어딘가에서 본 글을 떠올리며 '적어도 선인장은 죽이지 말자'는 마음으로 신경을 썼다. 꼭 필요할만큼 더도, 덜도 아니게 잊지 않고 물을 주고, 햇빛과 공기를 쐬어 주었다.
가을 내내 정성을 들인 덕분인지 이번 겨울에 잎 끝부분에 빨간 봉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꽃이 피길 바랬다. 매일 들여다보면서 '제발 꽃이 피어달라~’'라고 당부했다. 기원 덕분은 아니겠으나 빨간 봉오리가 자라서 약 2주일 만에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꽃 이름을 물어보니 '게발선인장'이라고 한다. Zygocactus truncatus 가 이 꽃의 학명이다. 잎이 게발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인 것 같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가 원산지인데 12월에 꽃이 피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도 한다.
유튜브를 보니 게발선인장 키우기, 분갈이 하기 등 유용한 정보가 많이 있었다. 아열대 식물이고, 나무 사이에서 자라기 때문에 직사광선에 너무 노출되면 안 되고 다른 선인장보다 꽃이 필 때 물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한다. 온도는 1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22도 정도가 적당하단다. 정확하게 구분하자면 게발선인장은 봄에 꽃이 피고 꽃이 작은 것이고, 겨울에 피는 것은 가재발 선인장이라고 한다는데 통칭 이런 종류를 게발선인장이라 부르고 있다.
게든, 가재든 이름은 마음에 안 들지만 붉은 꽃이 무척 화려해서 한 겨울 한파에, 코로나에 우울한 기분을 싹 날려 준다.
매일 아침 카메라에 담아 피어나는 꽃을 보는 즐거움이 아주 크다. 꽃 잎 끝마다 봉오리가 잡혀 있으니 아직 한참 동안 꽃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말없는 꽃이지만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 고맙다. 무엇이든 성심껏 마음을 쓰면 그만한 보답을 받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라디오에서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1992)의 탱고 음악이 나왔다. 2021년은 피아졸라 탄생 100년이 되는 해 여서 피아졸라 작곡의 탱고 음악이 많이 소개됐는데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다시 그가 작곡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리아''파리를 떠나며'를 방송해 주었다.
탱고 음악을 듣다가 붉게 핀 게발선인장 꽃을 보니 마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게발선인장보다는 탱고 선인장이 훨씬 더 어울릴 것 같다. 아니면 피아졸라 선인장은 어떨까? 무엇이 되었든 남미의 정열을 느끼게 해 주는 꽃을 보니 이 겨울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