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이 필요한 순간

인생은 수행의 연속

지난 연말부터 내내 내 마음이 무거웠다. 학기말 성적처리를 해야 하는데 ‘상대평가’라는 난관을 넘어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성적 때문에 고민을 하면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잘 주면 되지."

학생의 입장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들면 얼마나 괴로울 것인지를 생각하면 모두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상대평가를 해야 하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누군가의 점수를 낮게 줘야 한다. 평생을 따라다니는 학생의 대학성적부에 낮은 점수를 새겨 넣는 것은 정말 못할 일이다. 사회생활 내내 따라다니는 게 대학 성적증명서인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 그런 일을 저지르게 것은 고문에 가깝다.

시험 대신 리포트를 내게 한 것이 패착이었다. 다른 과목 시험 준비 잘하라고, 내 과목은 과제로 대체해 주었는데 의도가 빗나갔다. 며칠 동안 이메일을 열지 않다가 열어보니 학점 때문에 온 메일이 수두룩하다. 리포트를 일일이 채점하느라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성적을 기입하고 나서는 학생들의 이의제기 때문에 또 한 차례 곤혹을 치렀다. 벽두부터 원망을 들으니 기분이 울적했다.

앞길이 구만리인 학생들에게 내가 못할 짓을 한 것 같다. 아무리 해도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는다. 새 학기에 강의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책에도 집중이 안된다. 의연하게 넘겨야 하는데 안 되는 것은 내가 부족한 탓이고, 특히 아직 마음수련이 많이 부족한 탓이리라. ‘인생은 곧 수행’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마음이 모든 것의 원인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부처님 말씀을 되새겨본다.

반조(返照). 마음을 비춰본다는 말이다. 나아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지혜의 빛으로 자기를 비추어 보는 것'이 회광반조(廻光返照)이다. 마음의 본성을 자각의 빛을 돌이켜 통찰하는 것이다. 눈이 눈 자체를 볼 수 없지만 마음의 눈으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지금의 괴로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불가에서는 괴로움의 근원을 3가지로 요약했다. 탐(욕심), 진(성냄), 치 (어리석음)를 3 독심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스스로 마음이 괴롭다.

객관식 시험을 봤더라면 이런 난처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다음 학기엔 시험을 봐야겠다. 시험에 들게 하는 것도 썩 내키지는 않는 일이지만 적어도 쉽게 수긍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어디 이번 뿐일까. 지금까지 살면서 참 어리석은 일들을 많이 저질렀던 것 같다. 한번 화가 나면 노여움을 쉽게 풀지 못한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갖고 있는 것을 부러워했다. 탐, 진, 치. 모두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불교에서는 ‘수행하는 인간’ , 즉 ‘호모 메디타티오’를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꼽는 이유다.

새해가 되었다.

일상 속에서 통찰력을 키우고 늘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이다. '명료하게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 챙김(SATI)이다. 하루 30분씩이라도 명상 수련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의 중심을 잡도록 노력할 참이다.

부산 해운대 보디야나선원의 혜인스님 법문을 유튜브에서 들었다. “명상은 나를 위한 휴식"이며 "탐, 진, 치를 내려놓고 마음을 고요하게 멈추게 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바로 와 닿았다.

내려놓기.

멈추고 나를 돌아보기.

마음챙김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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