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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Nov 07. 2019

마리오 보타의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순교자의 성지에 들어선  영성의 공간

경기도 화성의 남양성지는 병인박해(1866년) 때 수많은 가톨릭 신도가 처형된 순교지다. 1991년 성모 마리아께 봉헌되면서 한국 천주교회의 첫 성모 성지로 선포됐다. 1986년 부임한 이상각 신부는 봉헌 20주년이던 2011년 이곳에 남북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대성당을 건립하겠다고 서원을 세웠다. 이 신부는 해외의 유명 건축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직접 답사하며 적합한 건축가를 물색했다. 그 결과 세계적 거장 마리오 보타와 페터 춤토르에게  건축을 의뢰하게 된다. 그리고 신도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벽돌 한장 한장이 쌓였다.

종교를 초월해 많은 영성의 건축물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2011년부터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 작업을 시작했다. 8 동안 한국과 스위스를 오가며 14차례 설계안을 발전시켰고 드디어 공사가 마무리됐다.  신부님의 뜻에 동참한 전국의 신도들이 벽돌 한장한장 기부하며 정성을 보탰다. 그렇게 뜻은 현실이 됐다. 한만원 건축가와의 개인적인 인연 덕분에 진행 과정   많은  순간들을 지켜볼  있었다. 

준공을 앞둔 ‘남양 로사리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 ‘오픈하우스 서울 지난 10 20 진행한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둘러봤다.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남양로사리오의 성모마리아 대성당. 보타는 8년 동안 한국과 스위를 오가며 14차례 설계안을 발전시켜나갔다.

지난 2018년 착공 후 외관과 내부 기초 건설 작업의 공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디테일을 수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보타의 건축물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 외관의 대성당은 높이 솟은 두 개의 탑이 멀리서 바라봐도 엄숙함과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붉은 벽돌은 290x50mm 사이즈로 주문제작한 것이다. 이음 부분을 같은 벽돌색으로 처리한 결과 전체의 볼륨감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1300석 규모의 대성당과 450석의 소성당, 그리고 대성당 안의 8개 채플을 포함하는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푸른 하늘을 향해 솟은 41m 높이의 두 개의 탑이다. 마치 두 손을 마주 잡고 기도하는 모습처럼 보이는 두 개의 탑은 보타가 이 성당을 설계할 때 가장 상징성을 둔 부분이다.

 

보타와 함께 성당 건축 작업을 진행한 건축가 한만원 소장(HNSA건축)은 “왜 두 개의 탑인지를 물었더니 이유를 알 수는 없고 자연스럽게 디자인이 됐다고만 했다”면서 “완성된 뒤에 보니 통일을 향한 지상의 염원을 형상화한 두 개의 탑은 남양 성모 성지 전체 공간을 아우르며 구심점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보타는 대개 새로운 프로젝트를 결정하기에 앞서 2~3년간의 검토시간을 갖는데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프로젝트의 경우 제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하자 마자 바로 '하겠다'고 해서 놀랐다. "고 말했다. 그만큼  이 성당 작업은 보타에게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보타의 성당 설계는  골짜기에 자리 잡은 대지에서 받은  영감에서 출발한다. 그는 골짜기의 지형을 두 개의 탑으로 완성하고 일종의 울타리를 만들고자 했다. 복잡한 세상과 구분 지어 주고, 우리의 영혼이 치유받을 수 있는 영성의 공간을 위한 '울타리'다.  

두 개의 탑은 대성당의 제단으로 연결된다. 탑 사이에 긴 빛의 틈이 생기면서 대성당 내부로 비치는 부드러운 자연광은 마리오 보타 고유의 영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한 소장은 “천창을 북쪽으로 냈다. 그 결과 강한 빛이 직접 내리쬐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빛의 결을 만들어 빛이 충만한 공간이 된다”면서 “하지 때에는 빛이 가장 길게 머물면서 빛의 섬세한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탑은 원래 붉은 벽돌로만 쌓을 예정이었지만 보타는 어느 날 너무 단순하다면서 돌을 사이사이에 끼워 층을 만들자고 했다고 한다. 완성된 모습은 훨씬 안정적이고 아름답다.

 

보타가 성당 전체를 볼 수있는 최적의 뷰라고 칭한 장소에서 바라 본 모습.
두개의 탑에서 내려오는 자연스런 빛은 대성당을 영성의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대성당을 상징하는 두 개의 탑.

두 개의 탑은 배기구의 기능을 하면서 자연 통풍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가 유지되도록 돕는다. 한 소장은 “양쪽 지하에 묻힌 공기 터널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주입시켜 대성당에 사용되는 냉난방 에너지를 약 40%까지 절약할 수 있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보타가 설계한 성당의 또 다른 특징은 벽과 벽이 닫히지 않고 열려 있다는 점이다. 대성당의 양측에 만들어지는 8개의 채플 뒤편 공간이 긴 복도처럼 만들어지고, 외부 계단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파이프 올갠이 들어서는 합창석에서 보면 드라마틱하게 열린 구조를 볼 수 있다.

 

보타는 성당의 벽과 벽 사이를 오픈 공간으로 남겨 두었다.
음향시설이 완벽한 소성당에서 10월 20일 답사자들을 위해 첼리스트 김대연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제 1번 G장조 전곡을 연주하고 있다.
성당을 나서면서 만나는 공간은 열린 하늘이다.

장학건설이 시공을 맡은 대성당은 미사나 전례를 위한 공간뿐 아니라 음악회나 공연 등 문화행사 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음향 전문가가 함께 일했다. 단풍나무로 일일이 깎아 만든 장식재로 벽과 천정을 장식한 소성당에서는 이날 방문객들을 위해 작은 연주회가 마련됐다. 첼리스트 김대연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제 1번 G장조 전곡을 연주했다. 프렐류드,알레망드,쿠랑트, 사라반드, 메뉴에트, 지그로 이어지는 무반주 첼로의 음색이 골고루 명징하게 공간에 울려 퍼졌다.  

2016년 5월 마리오 보타와 첫 인터뷰를 가진 후 모형 앞에서.  보타는 첫 인터뷰에서 "현대인에게는 영성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마리오 보타와는 2016년 5월 28일 서울신문 기자로서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 만났다. 구상에 이어 상세 설계도가 만들어지던 때였다. 아무것도 없던 골짜기에 3년 6개월이 지나 이런 건축물이 들어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 무에서 유를 , 그것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건축가는 역시 위대하다.  

내부 답사를 마치고 남 쪽에서 성당을 바라봤다. 둥근 트러스가 드러나는 지붕과 하늘을 향해 솟은 두 개의 탑이 보인다. 보타가 이 성당을 가장 잘 볼 수 있다고 하는 위치에서 바라봤다. 볼륨과 드라마틱한 스카이라인이 멋지다. 내려오는 길에 왼편으로 보이는 산 언덕에는 페터 춤터의 ‘티 채플(TEA CHAPEL)’이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답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도중 다시 두 개의 탑에 눈길이 갔다. 언제나 찾아가 지친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영성의 공간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를 받은 듯하다. 수많은 순교자들이 소중한 목숨을 바친 남양 성모성지는 이제 세계인의 성소로 거듭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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