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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Nov 03. 2019

건축거장 마리오 보타와의 대화 4


경기도 화성 남양성모성지에 ‘남양 로사리오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이라는 대역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해 착공 후 외관과 내부 기초 건설 작업의 공정이 거의 마무리됐다.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한 붉은 벽돌 외관의 대성당은 두 개의 높이 솟은 탑이 상징적이다. 두 개의 탑과 함께 1300석 규모의 대성당과 450석 규모의 소성당, 그리고 대성당 안에 8개의 채플을 포함하는 건물은 내부의 벽들이 막히지 않고 공간이 통하는 구조를 하고 있다. 보타는 골짜기에 자리잡은 대지에서 영감을 받아 장소를 처음 방문한 순간부터 두 개의 탑과 열린 건물구조를 생각했다.


보통 탑은 하나인데 왜 두 개인지, 왜 막히지 않은 구조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남양성모성지를 일구며 대성당을 지을 구상을 하고 보타에게 설계를 의뢰한 이상각 신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성당 건축과 관련해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 건축가인 보타의 구상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에서다. 보타는 그런 그에 대해 ‘좋은 클라이언트’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경제성을 생각해 대성당의 규모를 줄여야 겠다는 이 신부의 요청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받아들였다. 이런 상호 신뢰의 관계 속에서 대성당 건축공사는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었고, 모두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남쪽에서 바라본 대성당. 어머니의 품처럼 골짜기를 포용하고 있다.


대성당 내부. 두대개의 탑 사이로 비치는 빛이 자연스럽게 내부를 영성의 공간으로 만든다. 양측으로 8개의 채플이 만들어진다.


함혜리(이하 함) : 보타 선생께서 본인만 많은 얘기를 하셨다면서 이번에는 이 신부님이 질문을 했으면 하십니다.

이상각 신부(이하 이 신부) : 8년째 힘든 일을 하고 있으신데 대해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큰 공간으로 시작했는데 규모를 줄이면서도 점점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점 감사히 생각합니다. 특별히 건축적인 부분에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또한 지금까지 많은 종교 건축을 지어 오셨던 분이기 때문에 보타 선생의 의도를 존중합니다.

 : 성당이 완성됐을 때 신부님께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이 신부 : 보타 선생님이 성당 건축을 맡게 됐고, 처음 만남을 가졌을 때가 기억납니다. 성당 건축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빛으로 가득 찬 공간’ 등 공간적 요소와 ‘소리’였습니다. 아무리 잘 지어져도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빛과 소리, 그 두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점은 보타 선생님도 이미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라는 것을 후에 알게 됐습니다.

한만원 소장(이하 한) : 구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보타는 빛의 요소에 관한 한 이 신부님이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공간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소리에 대한 부분은 아직 공간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마리오 보타 (이하 보타): 더 지켜보겠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나로서도 더 개선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지요. 규모에 있어 처음에 이 신부께서 더 경제적으로 (축소해서) 진행하고 싶어한다고 느껴서 천정 높이를 조정했는데 너무 내린 것 같습니다.






인터뷰 중인 보타


이 신부: 본당의 내벽과 외벽을 일반적으로는 단열 문제를 생각해서 막는데 보타 선생은 내벽과 외벽을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열린 상태로 둔 것에 대해 의문이 있습니다.

 : 계단을 올라가는 부분이 열려있는데 어떤 공간이 될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당은 닫힌 공간인데 이 건물은 현재 외부 바람과 소리로부터 열려 있습니다. 이런 선택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보타: 열려있고 닫혀있는 공간 등에 대한 의문점들은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봐야답이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도하고 생각한 바가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이 교회가 이 골짜기 전체에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겁니다.



마리오보타와 이상각신부

 : 어떤 종류의 변화와 충격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보타 : 사회·정치적인 것을 말합니다. 8년 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엔 골짜기와 들판, 그리고 조금은 장황한 행렬과 같은 작은 동선(길)들을 봤습니다. 어찌보면 여러 가능성들이 나열돼 있는 듯 했습니다. 지금은 이곳에 들어오면 끝 점에 대성당이 있게 됩니다. 이 성당 건축물은 골짜기 전체를 차지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신부님이 이 도시에 주는 선물인데, 그가 이 점을 직접 인지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종교적인 공원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큰 중요성을 띄는 상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리로 치면 베르사이유와 같은 도시의 공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성당은 한가지 정해진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게 될 하나의 커다란 구조물이 될 것입니다.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결국에는 성당까지 가게 될 것이며,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질문을 품고, 이곳까지 걷고, 산책할 것입니다.


대성당의 상징같은 두개의 탑

이 신부 : 성당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풍경을 말씀하시는건가요?

 : 그 이상일 것 같습니다. 사회와 도시적인 면에서 큰 영향을 미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해 남양의 중심이자 상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파리에 있는 에펠탑처럼 말이죠.

이 신부 : 파리 이야기를 하시니 도시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 라 데팡스의 신개선문이 생각납니다.

 : 도심의 공원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입구도 한 곳이 아니라 사방에서 접근하게 되면 어디로 가도 그 구심점인 성당을 향해 다 모여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신부님께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모여드는 현상에 대해 놀라시게 될 거라고 보타선생은 말씀 하곤 하십니다.

보타 : 단순한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 대성당으로 인해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이로 인해 이 성지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 갈지 궁금합니다. 이것은 실로 아름다운 모험입니다. 30여년을 이 목적을 위해 일해 오신 신부님이 처음 이곳에 성당을 짓기로 했을 때 이런 주변 환경의 변화와 충격을 직접 인지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공사가 한창인 2019년 봄 촬영한 대성당 내부

이 신부 : 대성당의 건물이 완성되고 미사 뿐 아니라 그 안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4차 산업시대인 오늘날 문화예술적인 부분까지 포용하는 공간이 되길 원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게 되고 사람들과 공간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화성시 전체에서 14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이 곳 뿐이 없을 것입니다. 규모를 줄이게 된 과정을 설명하자면 너무 큰 규모에 엄두가 나지 않아 규모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보타 선생에게 말했지요. 그때는 이미 설계가 다 진행이 되어있던 상황인데 선뜻 응해 주셨습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줄인 뒤엔 잘 줄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보타 : 지금 이 성지 전체에는 벌써 너무 많은 공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 넣기 보다는 정확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잘하게 설명을 하는 동네 정원 같은 모습으로 채워넣기 보다는 열려 있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여지를 줘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산책로, 그 행렬 자체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1층 평면도 (HNSA건축 제공)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종단면도 (HNSA건축 제공)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횡단면도 (HNSA건축 제공)


이신부 : 이미 충분히 비우려고 하는 중인데 외부 공간의 경우도 제가 직접 할수 있는 것보다는 적용하는 선생님께서 해 주시는 것에 맡기려는 마음입니다. 시설은 더 들어가지 않고 단지 앞에 이동준 건축가가 설계하는 문화센터 건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보타 : 대성당 안에 있는 8개의 채플에 대해서 계획과 아이디어를 신부님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한 소장 : 신부님이 그것에 대한 구상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각 나라의 마리아상을 모시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하십니다.

이신부 : 지난번에 오셨을 때에 말씀하신 것이 있는데, 예를 들면 구아드루프에 어떤 나라가 정해지면 거기의 아티스트를 보타 선생님께서 컨택하시고 함께 만나 마리아 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기억합니다. 그 부분에 적극 찬성합니다.

보타 :신뢰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의문점은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공간 안에서 무엇을  것인가 입니다. 조각상을 놓는 것은 좋지만 그것은 설치하면 끝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이곳에 와서 성모 마리아상이 만들어진 나라의 성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수도 있고,  외에도 사람들에게 제공   있는 경험은 많을 것입니다. 조각상 앞에 다가왔을 때에 무엇을  것인가. 상이  개라면 괜찮을지 모르나, 8개의 조각상이 각각 채플실에 동일한 방식으로 설치된다면 서로 너무 흡사한 공간이  것입니다. 한번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이 상상으로 들려주던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쳐내야 합니다.  공간의 사용 방식에 대해 서는 계속  논의해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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