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문구점에 가거나 서점에 가면 꼭 노트를 구경합니다. 새로운 노트와 다이어리가 무엇이 있는지 눈여겨보게 되는데요. 결국, 마음에 들면 하나를 고르고 사 옵니다. 제 방에는 이미 여러 권의 노트들이 있으면서도 새 노트를 사고 오지요.
왜일까요?
새 노트를 사는 것은 제가 '마음을 새로이 하다.' 즉, 마음을 비워내고 새로운 무언가로 채우고 싶어서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쓰는 노트가 있는대도 새로운 노트를 산 적 있으신가요?
새 노트를 사면 왜인지 모르게 제가 곧 새로운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밤에 이 노트를 펼쳐 저의 내일의 일정과, 올해의 계획, 그리고 어떤 감정을 느낀 하루를 보냈는지 쓰곤 하는데요. 이렇게 하나하나 작성하면서도 저의 손가락이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손가락이 머뭇거리는 순간들은 이 깨끗한 종이에 아무거나 적으면 안 된다는 강박과 엉터리인 나의 글씨체에 대한 원망이 섞여 있습니다.
무엇을 적을지, 이걸 적을지 말지 고민하는 틈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노트가 될 수 있는 이 새 노트는 다시 깨끗한 노트로 남겨지곤 합니다.
다시, 용기를 내어 한 자 한 자 적다 보면 두껍지는 않지만 얇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노트가 됩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제가 되고 싶을 때 저는 새 노트를 사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