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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ilim Nov 25. 2023

갓생


  솔직한 심정으로는 갓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흔히 유행하는 갓생 살기 프로젝트처럼 나 혼자 만의 멋짐이 아닌 남들 보기에도 멋진 갓생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몸은 마음을 한참 따라가지 못하니, 실로 나 자신이 하찮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갓생을 사는 삶 엿보기를 끊어내고,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허둥지둥 뛰어가서 타는 전철, 내려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출근 시간에 보는 책. 책 하나로는 부족해서 두 권을 꼭 챙겨간다. 내가 책을 두 권을 챙겨 출근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아마 두 권을 챙기기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책 안에 보고 싶은 삶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렇다. 유튜브를 끊으니, 이젠 책을 못 보고.. 웃기는 짬뽕 같은 되풀이된 삶이지만 남들이 보기에 그래도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며 걸어 다니는 청년보다는, 책을 한 줄이라도 읽으며 걸어 다니는 청년이 조금은 멋져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위안을 삼는다.

  퇴근을 하면 내가 꼭 챙겨 들르는 곳이 있다. 붕어촌인데, 겨울에만 훌훌 연기가 나는 붕어빵들이 가득한 붕어촌 가게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팥 붕어빵들이 널려있다. 마치 미처 개지 못한 빨랫감을 아침에 출근할 때 무슨 옷을 입을지 신중히 고르는 것처럼, 슈와 팥 붕어빵들이 널브러져 있는 곳을 한 참 지그시 바라본다. 기어코 고르는 팥 붕어빵. 아마도 퇴근길에 나의 행복은 팥 붕어빵 하나인 것 같다. 집에 다 도착하기도 전에 다 먹어버린 팥 붕어빵을 보면 생각한다.

그때, 팥 붕어빵을 두 개를 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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