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어디서 온 말인지 찾아보니 프랑스의 작가가 소설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이 말을 자기 식대로 단순하게 해석한다. 그런데 이 문장을 곱씹다 보면 어딘가 떨떠름한 맛이 난다.
최근 가까운 이가 부당한 일을 겪었다. 겪고 있는 중이다. 삶이 참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지난 주까지 이어오던 글쓰기를 중단했다. 무언가 쓰고자 할 때 마음에 짐이 있으면 써지지 않더라. 정문정 작가님은 너무 기쁘거나 너무 슬프면 글을 쓰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잔잔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과업이라 했다.
2월 중순이다. 계획한 것들은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는 중이다. 그런데 생각지 않게 다른 좋은 기회들이 들어왔다. 뜬금없는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것들이었다. 기회가 회차하기 전에 냉큼 내 것으로 잡았다. 어쩌면 나는 이런 방식으로 이루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내 성향이 그렇다. 주도해서 하기보다는 협력하여 하는 것을 잘 한다.
김연수 작가님의 산문집을 다 읽었다. 글쓰기와 달리기를 말하며 반복하는 메세지가 있다.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어려워도, 무언가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 요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사람들이 오지 않아도 나는 기획을 하는 사람이고, 글을 써서 출판하지 않아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하기 전의 두려움 같은 것은 허상이라는 것. 달리기 전에는 하기 싫은 마음이 지배하는 것 같아도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그런 마음이 있었냐는 듯 없어지니까 말이다.
우리 할머니가 그랬다. "사는 대로 살아."
헬스장 아주머니가 그랬다. "흘러가는 대로 둬요."
나는 또 계획을 하고 실행을 하겠지만, 지금은 맥없이 흘러가는 삶을 놓아주기로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흘러가는 삶에서 좋은 것들을 취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