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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an 01. 2024

편지




  해가 지고 뜨면서 연말은 연초로 바뀌었다. 지난 연말은 내게 특별했다. 좋아하는, 혹은 그렇게 된 사람들이 여럿 있었고 그들에게 꼭 해가 가기 전에 표현하고 싶었다. 작은 편지로 선물로 메시지로 인사를 전했다.


  편지 쓰기를 좋아한다. 편지를 쓰면서 그이에 대한, 우리가 나눈 경험과 살아가는 삶에 대한 감각이 선명해지는 것을 좋아한다. 내 글쓰기의 대부분은 방향이 미리 정해져 있는 편인데 편지만큼은 그렇지 않다. 따뜻한 불빛 아래서 '누구에게'라고 운을 띄우면 마치 여기에는 없는 대상과 대화하는 것처럼 때로 진지한 때로는 가볍고 장난스러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평소에는 말이 잘 없는 내가 그렇게 대화하듯 혼자 말하듯 재잘댈 수 있어서 좋은 것도 같다.


  요가원에서 만난 J에게도 편지를 썼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J가 먼저 수줍게 편지와 선물을 쥐어주었는데, 그 편지는 내가 최근 받아본 것 중 가장 감동이었다. 짧은 몇 마디 말에 밀도 있는 애정이 느껴졌다. 그대로 책상에 자랑하듯 펼쳐두고 며칠을 지냈다.

  J에게 나도 편지를 썼다.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니 그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요가 수업을 안내하는 입장이고 상대는 듣는 입장이니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감상과 정보가 불균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가 더 궁금해졌다. 잘 알지 못하는데도 좋아하는 마음이 들 수 있구나 신기해하면서 내 마음이 이렇다고 그대로 썼다.


  내가 편지에 담으려고 한 것과 상대가 편지에서 받아보는 것이 조금은 다를 것이라 짐작한다. 어떤 부분을 좋게 읽었는지, 대답을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지, 힘이 되는 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기쁘게 해 주려 쓴 말들이 그의 기억 어딘가에 작게 각인되어 남았으면 좋겠다.

  종이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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