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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23. 2023

내 고향 서울의 여름 냄새

인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핸드폰을 켜고 몇 개의 메시지와 이메일에 답변을 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니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낯설다. 자주 다니던 길이라 지금이면 '어디쯤' 지나가야 하는 데 못 보던 높은 건물들이 눈에 띈다.

'여기가 어딜까'

택시는 송도 도심을 통과하고 있었다. 웬 송도?


"아저씨,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실 건요? 제가 모르는 길로 가시는 것 같아서요."

옆에 앉은 남편도 뭔가 이상했는지 구글맵을 켜고 '현재 위치'를 찾고 있다.


"오랜만에 친정 오셨어요? 제2경인고속도로 타고 가다가 과천에서 양재로 빠질 거예요."

"그렇게 가면 너무 돌아가는 것 같은데요."

"이 길이 이 시간에 강남 방향 가기 제일 빠른 길이에요. 아마 이 시간에 인천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 보신 적이 없으셔서 잘 모르시나 본데..."

남편은 옆에서 '또 시작이네'하는 눈짓을 하며 한숨을 쉰다.


인천 공항에서 택시를 탈 때는 늘 신경이 곤두선다.

왜 누군가의 눈에는 우리가 쉬운 타깃으로 보이는지.

띄엄띄엄 있는 버스 스케줄을 맞추려고 공항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기도 그렇고 곧 비가 올 것 같기도 해서 택시를 탔는데 오늘도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었다.


기사 아저씨는 내 눈치를 살피며 이 길이 새로 뚫린 길이네, 서울은 이 시간(오후 3시 30분?)에 차가 막혀서 올림픽 고속도로를 타고 가려면 강남까지 한참 시간이 걸리네. 이런저런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해 보려 노력하는 듯 보였다.

남편과 나는 눈 빛을 교환하며  

'Whatever!'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핸드폰을 덮어두고 여름의 뜨거운 해를 받아 짙푸르게 변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천을 지나는데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아 이런'

차가 엄청 막힌다.


"손님, 죄송해요. 나는 내비가 안내해 준 차 막히지 않는 경로를 택해서 이 길로 왔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네요. 비까지 쏟아져서... 죄송해서 어째요. 대신 제가 통행료는 따로 안 받을게요."

택시를 내리는 데 내가 괜한 오해를 했었나 싶어 미안해졌다. 아저씨에게 목적지까지 잘 왔으니 괜찮다고 요금 다 받으시라 해도 손사래를 치며 '좋은 여행 하시라' 웃어주고 떠난다.



짐을 대강 풀고 옷을 갈아입고 거리로 나왔다.


심호흡을 하니 '여름 냄새'가 훅하고 들어온다.

여름 소나기가 그친 후 플라타너스가 풍기는 짙은 냄새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연에 섞인 삶은 옥수수의 달큼한 냄새.

에어컨을 켜놓은 실내에서 하루 종일 있다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을 따라온 축축한 일상의 냄새

선풍기 바람을 타고 공기에 떠다니는 차가운 맥주 냄새

땀냄새를 가리고 싶어 과하게 뿌린 여성들의 향수 냄새


지금 서울에서는 이 모든 게 섞인, 내가 그리워했던  고향 서울에서만 나는 여름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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