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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Jan 30. 2023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에게

하숙집 아줌마가 되고픈 엄마 고백록

봉아, 졸업 축하해. 너의 앞날이 너의 것이 되도록 옆에서 응원 많이 할게.


사랑하는 봉아. 보고 또 봐도 언제나 예쁜 봉아.

언젠가부터 나는 봉이 네가 멋지다. 귀엽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제 봉이는 어린이가 아니라 자신이 판단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멋진 어른이 되어가고 있더구나.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빠가 너의 첫 판단과 행동과 책임짐에 대해 못 미더워하는 모습을 보여서 미안해.      


지난 몇 개월 동안 엄마는 너에게 썩 훌륭한 엄마가 아니었어.

네가 부모의 따뜻한 품에서 벗어나 혼자 힘으로 걸으며 어쩔 수 없이 넘어지고 무릎이 까이는 실수를 보면서 엄마와 아빠는 그 상처를 안타깝게 바라봤어. 당연한 마음이지. 자식이 다쳤으니까. 그런데 그 마음을 너에게 내보인 게 잘못이었어. 그럴 수 있다고, 그렇게 넘어지고 아프면서 자꾸 실수를 해봐야 성장할 수 있다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어야 했어. 그래야 네가 자신의 안타까워하는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실수했을 텐데 말이야. 엄마 아빠는 너에게 “조심해.”라며 불안한 눈빛으로 염려하는 대신 “괜찮아!”라고 쿨하게 말했어야 했어.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법, 너의 하루를 설계하는 방식, 공부와 놀이와 운동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시각…. 너의 많은 것에 엄마는 개입했어. ‘경험자’ 그리고 ‘관계자’라는 어쭙잖은 완장을 차고 말이지. 오늘, 많이 부끄럽네.     


봉아.

어쩌면 너의 졸업식이 엄마의 졸업식인지 모르겠다. 어린이 엄마로서 졸업하고 청소년 엄마로 입학하기 위해 엄마도 새 노트를 꺼내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잘할 자신은 없어. 부모가 되는 법도 모르는데 현명한 부모가 된다는 건 언제나 나에겐 닿을 수 없는 목표일 뿐이니까. 그래도 작심삼일, 작심삼분을 계속해 나가려고. ‘독립적인 엄마가 되리라.’ 이런 결심을 하면서.


봉이 네가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길은 너에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기생했던 내 마음을 걷어내는 길이겠지. 그리고 너를 그저 하숙생처럼 거리를 두고 대하는 거겠지. 너는 그저 밥을 해주고 방이 따뜻한지 살펴봐 주고 가끔 말동무도 돼주는 하숙집 아줌마를 대하듯 나를 대하렴. 아니, 내가 그렇게 되려고 노력할게.     


생각하면 늘 웃음이 나는 그런 사이로 우리 지내자.

나는 봉이 네가 있어서 늘 감사해. 또 뿌듯하고.

가끔 내가 나만의 시야에 갇혀 있다면 언제라도 다가와서 말해줘. 내가 유연한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이끄는 안내자가 되어주렴.

하숙집 아줌마가 계속 업데이트가 되어야 밥상 메뉴도 지겹지 않게 새로워지지 않겠어?

그런 고마운 충고를 해준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봉아.

다시 한 번 축하하고, 훨훨 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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