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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Jun 23. 2023

도비산 아랫마을에서는

서산개척단과 '넝마주이' 축구단(2)

손웅정 감독은 자서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서산시 인지면 산동리, 도비산 자락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초가집들 사이에 우리 집이 놓여있었다.'


서산은 넓다. 지도를 펼치면 인지면은 서산 시청을 기준으로 서남쪽으로 한참 내려간다. 그런데 인지 면사무소를 기준으로 산동리를 보면 동남쪽으로 또 한참 내려간다. 그렇다면 도비산은 어디일까. 도비산은 산동리에서 정서쪽에 가까운 방향이다. 도비산에서 인지초등학교는 걸어서 두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약 8킬로미터. 그때 도비산 마을 어린이들의 체력은 지금의 어른들 못지 않았을 것이다. 




캡처한 화면을 언뜻 보아도 인지면은 서산 시내에서 제법 멀다. 전통적으로 농업과 어업을 병행해온 서산은 농지가 넓었고 간척으로 더 넓어졌다. 그러한 지역에서 산속 마을이란 지역의 주류와 거리가 멀었다. 농경 사회에서 경제력은 쌀에서 나오고, 쌀은 농지에서 나온다. 그런 면에서 서산은 거부는 안 나와도 다들 풍족하게 먹고 살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지역이었다. 그 이상도 필요없었을 것이다. 너무 넘치면 뜯어먹으러 오는 패거리가 달라붙는다. 호남이 그러하다. 차고 넘치는 물산 때문에 위로는 탐관오리, 아래로는 깡패가 모여들었다. 지키지 못할 재산은 때로 흉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산은 서해로 툭 튀어나와 들고 나는 교통로가 한정된데다 부정부패가 판치기에는 물산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서산은 무엇이든 딱 맞게, 적당한 곳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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