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애령 Jun 06. 2022

완다 가그의 <백만 마리 고양이> 분석(1)

그림책이 가진 심리적 기능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 많은 그림책은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그림책을 통해 맺힌 고민을 해소한다. 그렇지만 <백만 마리 고양이>는 다르다. 이 그림책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줄거리를 보면 <백만 마리 고양이>는 탄생에 대한 이야기다. 수많은 전래동화에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다. 자식을 바라는 외로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고, 신비로운 힘이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준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남들과 달리 매우 아름답거나 총명하다. 대부분의 전래동화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전개되지만 <백만 마리 고양이>의 초점은 주로 부모에게 맞추어져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등장하는 인물은 누가 보아도 아이를 원하는 부모이다. 실제 아이들은 어른의 나이를 잘 분간하지 못하며, 자기보다 나이가 아주 많으면 어른이고 자기 부모보다 나이가 많으면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이에게 부모란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나이와 경험, 재산을 축적한 존재이다. <백만 마리 고양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가 태어나 자랄 환경을 마련해 놓았다. 이들은 ‘문으로 통하는 길만 빼고는 꽃으로 빙 둘러싸인 깨끗하고 좋은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서 둥그런 집은 자궁, 문으로 통하는 길은 산도와 비슷해 보인다.


전래동화처럼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아이를 요구한다. “고양이라도 한 마리 있으면 좋으련만!” 할아버지는 아내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고양이를 구하러 “뙤약볕이 내리쬐는 언덕”과 “서늘한 골짜기”를 지난다. 탄생에는 따스한 열기와 서늘한 한기, 남성의 성기처럼 튀어나온 언덕과 여성의 성기처럼 움푹 들어간 골짜기가 필요하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이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고 고양이로 가득 찬 언덕을 발견한다. 가그는 이들을 “수백 마리, 수천 마리, 수백만 마리, 수억 마리”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은 고양이가 어마어마하게 많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확하게 몇 마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도 있다. 


어쨌거나 고양이는 필요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깜박 할머니의 요구를 잊어버리고 만다. 할머니는 “앙증맞은 새끼 고양이”이라고 말했지만, 할아버지는 “가장 예쁜 고양이”를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예뻐서, 결국 할아버지는 “언덕에 있는 고양이를 몽땅 고르고” 만다. 그래서 수억 마리 고양이는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온다. 그러나 고양이들을 모두 키울 수는 없다. 할아버지를 따라오는 수억 마리 고양이들은 연못의 물과 언덕의 풀을 깨끗이 비워버린다. 이 장면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가그가 살았던 미국은 자고 나면 이민자가 쑥쑥 늘어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바바둑>:아이와 엄마의 무의식과 불안 분석(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