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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윰 Apr 08. 2024

내 모습

외적인 모습, 내적인 모양

당신은 요즘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문득 창밖을 봤어요. 목련꽃 잎 하나가 살랑살랑 춤추듯 낙화하는 모습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어요. 작년 한겨울에 퇴사를 했는데, 벌써 봄이 왔네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저의 우선순위는 늘 일이었어요. 인턴 시절 3개월 동안 매일같이 새벽에 퇴근하면서도 목에 걸린 사원증을 보면 또 힘이 났어요. 과한 업무량과 부당한 사내 문화를 마주했음에도 일이 좋아서 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한지도 어언 3년이 흘렀고 그날은 함박눈이 펑펑 내렸던 날이었어요. 맞지 않은 옷을 입어 몸이 불편한 것처럼 유독 제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감옥처럼 느껴지면서 머리가 아팠어요. 회사를 다니는 동안 계절에 무뎌졌고, 그렇게 좋아하는 꽃을 봐도 감흥이 없어졌어요. 웃음이 많던 저의 얼굴은 근육이 고장 난 것처럼 굳어져갔고 제 몸이 보내는 신호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내면의 제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인 듯 저는 몸이 많이 아팠어요. 힘이 나질 않았고 무기력함에 빠졌어요. 번아웃이 온 거예요. 연차를 쓰고 싶다고 말한 저에게 이사님은 말씀하셨어요.


'전시가 다음 달인데?'


연차를 쓰면 안 된다는 말이었어요. 책임감이 강하고 일을 좋아했지만,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한 건 쉼이었음을 깨달은 저는 하나밖에 없는 선택지를 택했어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어요.


퇴사를 하고 나서 일주일 동안 잠만 잤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어두었던 체크리스트와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던 삶에서 벗어나니 숨통이 점점 트였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감사일기를 쓰고 따뜻한 차를 마셨어요.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온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게 참 좋았어요. 명상을 하며 숨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했어요. 월요일 아침마다 지옥철로 달려가는 게 아닌, 햇살이 따스히 내리쬐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여유가 생겼어요. 곧 예쁜 꽃이 피어날 서른의 봄을 맞은 제가 요즘은 꽤나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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