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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윰 Apr 09. 2024

직업

먹고 사는 일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혹은 준비하고 있나요? 선택한 이유는?




혹시 국제회의기획자라는 직업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2012년 여름,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여수엑스포를 보러 가족여행을 갔어요.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 글로 배우던 영어 말소리, 생전 본 적도 없던 낯선 음식들과 바람을 타고 흐르던 사람들의 웃음소리. 엑스포 현장에 압도되어 더위를 먹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구경했었어요.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던, 제 세상이 커진 날이었어요. 그때 국제회의기획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어요.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는 생소한 직업이었지만 직업백과사전까지 찾아보며 제 인생 계획을 세웠어요.


국제회의기획자는 국제회의 혹은 컨퍼런스를 기획부터 마케팅, 영업, 그리고 운영까지 하는 사람이에요.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 노력 끝에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저의 20대를 쏟았어요. 그러다 산업 전시에 호기심이 생겨 전시회사로 이직했고 3년 동안 전시기획자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일 년에 정시 퇴근하는 날이 손에 꼽았고 행사가 끝나면 찾아오는 공허함이 점점 커졌어요. 코로나가 터지며 외국인과 일할 기회는 없어졌고 점점 흥미를 잃어갔어요. 주변 사람들은 멋있다고 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번아웃이 왔고 가면을 쓴 기분이었어요.


고민 끝에 퇴사 후 남미로 신혼여행을 떠났어요. 첫 배낭여행이었어요. 여행지 중 하나였던 코스타리카에서 우연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선생님을 만났어요. 제 이야기를 듣고 그분은 한국어교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한국어교사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총집합이었어요.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한글을 알려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다른 나라 문화를 경험하는 게 좋아서 여행도 자주 다녀요. 국경 없이 세계 어디에서든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운명처럼 찾았던 거예요.


언젠가 저의 20대 청춘이 담긴 국제회의기획자를 다시 하고 싶기도 하지만 현재는 한국어교사가 되기 위해 편입학하여 공부하는 중입니다. 지구 어딘가에서 한국어를 재밌게 가르치면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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