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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윰 Apr 15. 2024

소비

돈을 쓰고도 행복한 것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한 소비는 무엇인가요?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미래, 그리고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가 스무 살 초반부터 상상해온 미래가 하나 있어요. 바로 서른 살에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모습이에요. 워킹홀리데이는 저의 청춘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고 생각했고 이십 대보다는 어느 정도 커리어도 쌓고 돈도 모아서 서른 즈음에 새로운 발판으로 삼고 싶었어요. 마침 원하는 나라였던 프랑스와 호주는 만 서른까지만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얼마 전에 생일을 맞아 저는 10년 가까이 상상하던 나이가 되었습니다.


퇴사 시기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도전을 꿈꿨고 어느 나라로 갈지 한 달여간 고민했어요. 우선 저는 언어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영어를 아주 잘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영어권 국가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있었던 커피 분야는 호주가 전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호주로 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비자 신청이었어요. 비자 신청하는 동안 얼마나 두근거렸나 몰라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지는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이었어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마지막 결제 버튼을 누를 때는 혹여라도 결제가 안될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해외 결제가 완료되었다는 알림 창과 함께 서류 제출이 완료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어요. 비자 신청비는 55만 원이었고 그렇게 큰돈이 나갔지만 모순적이게도 저는 정말 기뻤어요. 회사 다니는 동안 모아둔 적금을 처음으로 썼고 결제 내역에 ‘호주비자발급비’라고 메모해 두었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얼마나 신났나 몰라요. 예쁜 물건을 산 것도 아니었고,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제 꿈을 향한 비행기의 탑승권을 산 것 같았어요. 이제 그 티켓을 들고 저는 호주로 가서 새로운 삶을 맞이해보려고 합니다. 배우고 싶었던 걸 마음껏 배우고, 좋아하는 코알라를 원 없이 보고, 힘들 땐 바다로 놀러 가며 저의 서른을 예쁘게 그려보려고 해요. 역시 꿈을 위한 소비는 정말 행복한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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